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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인종청소” 직격에, 이스라엘 “거짓말”…유럽으로 번진 중동전

중앙일보

2026.09.11 14:00 2026.09.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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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안지구 일부에서 정착민 테러리스트들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벌이고 있다. "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 발언은 팔레스타인이 아닌 영국 정부에서 나왔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에 대한 무역 제재를 발표했다. 가자전쟁으로 악화한 양국 관계가 이번에는 서안지구 정착촌 문제를 놓고 충돌한 것이다.

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에 있는 영국 영사관에 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에 있는 영국 영사관에 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정착촌 건설·금융에 관여하는 기업과 단체도 제재하기로 했다. 정착촌 광고를 금지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에드 밀리밴드) 무기 등의 수출 허가도 제한한다. 관련 법안은 6~9개월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영국 의회 자료에 따르면 영국과 서안지구 정착촌 사이 교역액은 약 3800만 파운드(약 689억원)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정착촌 상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영국을 포함한 12개국은 각자 무역 제한을 도입·검토하거나 유럽 차원의 조치를 지지하기로 했다. 독일 등의 반대로 유럽연합(EU) 차원의 제재가 막히자 개별 국가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의 의미가 “이스라엘과 점령지 내 정착촌에 명확히 선을 긋는 데 있다”고 전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즉시 맞불을 놨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인종청소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을 폐쇄하고 제러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 등 영국인 12명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보안군에 대한 영국의 훈련 참여도 중단시키기로 했다.



서안지구 논란이 뭐길래

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알무가이르 마을에서 한 이스라엘 정착민이 양떼를 이끌고 팔레스타인 주민 소유 토지로 들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알무가이르 마을에서 한 이스라엘 정착민이 양떼를 이끌고 팔레스타인 주민 소유 토지로 들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이 서안지구 정착촌 문제에 적극 나서는 건 이곳이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들어설 핵심 영토이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 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를 세우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는데, 유대인 정착촌이 늘어날수록 팔레스타인 영토가 잘게 끊겨 독립국가 건설이 어려워진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정착촌을 계속 확대해왔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들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동예루살렘과 대형 정착촌 마알레아두밈 사이의 ‘E1’ 지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서안지구 남북을 연결하는 회랑 역할을 해왔는데, 이스라엘은 지난달 이곳에 약 1200가구를 짓기 위한 입찰을 냈다. 개발이 현실화하면 팔레스타인 지역 간 연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타이베 외곽에서 팔레스타인계 베두인 주민 바샤르가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족의 집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타이베 외곽에서 팔레스타인계 베두인 주민 바샤르가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족의 집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블루스 남쪽 아크라바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으로 파괴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블루스 남쪽 아크라바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으로 파괴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착민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이 늘어난 것도 유럽이 제재에 나선 배경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에는 정착촌 지도자 출신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배 확대를 주장해온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서방의 대응은 엇갈린다. 강경한 영국·프랑스·캐나다에 비해 네타냐후 정부와 가까운 미국은 다소 소극적이다. 폭력적인 정착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처벌을 촉구(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하면서도 영국·프랑스·캐나다의 수입 금지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는 입장이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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