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가 아니다” 네팔 참사 9일만에 구조된 생존자 생생한 증언
중앙일보
2026.09.11 21:45
2026.09.12 07:11
네팔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대홍수로 고립됐던 기계반장 산제이 사가 4일 구조대원에게 업혀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히말라야산맥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홍수로 지하 터널 깊숙이 파묻혔던 네팔 수력발전소 작업자들이 흙탕물과 좁은 공기층(에어포켓)에 의지해 9일을 버틴 끝에 극적으로 생환했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어퍼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산제이 사(30)씨와 카비르 마하르잔(45)씨가 그 주인공이다.
로이터통신은 구조대원과 친척, 정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두 사람의 생존과 구조 과정을 재구성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랑탕리룽산 해발 5200m 지점에서 폭 600m에 달하는 거대 빙하가 무너지며 수백만t의 토석류와 대홍수가 하류를 덮쳤다. 어퍼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를 포함한 인근 발전소 12곳이 순식간에 진흙과 물에 파묻혔다.
기계반장인 산제이 사(30)씨는 위험을 직감하자마자 건물 층마다 뛰어다니며 동료들에게 소리쳐 대피를 도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그렇게 큰 사고가 났을 때 나 혼자 도망치는 것은 옳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들을 챙기느라 정작 사씨는 탈출 타이밍을 놓쳤다. 그는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45)씨와 함께 위쪽으로 경사가 져 있던 케이블 전선관 터널 내 좁은 공기층(에어포켓)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이들은 출구가 완전히 막히며 고립되고 말았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터널 내부 환경은 참혹했다. 붕괴 여파로 파괴된 내부는 구조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씨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한곳에 머물렀다.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생명을 연장해 준 것은 바위 틈새에서 흘러나온 생수와 진흙투성이 흙탕물이었다.
사씨는 “터널 안에서는 먹을 게 전혀 없어 흙탕물이나 바위에서 스며 나온 물을 마시며 버텼다”며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계속 되뇌었다. 밖에서 두 살배기 딸과 아내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신의 이름을 외우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고립 9일째 되던 날 마침내 굴착기 소리가 들려왔다. 사씨는 카트만두 육군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11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는 "터널 밖으로 대피했던 동료 중 일부가 홍수에 휩쓸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가장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네팔 정부는 여전히 발전소 터널 내에 다수의 노동자가 고립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국제 수색팀과 함께 총력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