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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당일 대한항공기도 격추될 뻔했다

Los Angeles

2026.09.12 09:08 2026.09.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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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HJK’ 메시지서 시작
‘납치 코드’ 오인에 전투기 출격
25년 지나도 의문은 풀리지 않아
당시 캐나다 화이트호스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던 대한항공 085편. [사진 출처: Mike Thomas/Yukon News]

당시 캐나다 화이트호스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던 대한항공 085편. [사진 출처: Mike Thomas/Yukon News]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11일, 승객과 승무원 200여 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납치된 것으로 오인돼 격추될 뻔했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뉴욕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85편은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여객기가 충돌한 뒤 북미 영공이 폐쇄됐다. 대한항공 085편은 캐나다 유콘 준주의 화이트호스로 우회했다.
 
단순한 우회가 아니었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 해당 여객기가 납치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투기들이 출격했고, 필요할 경우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까지 승인됐다. 납치 의심은 문자 하나에서 시작됐다.
 
2002년 CNN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085편이 미국 영공에 진입할 당시 조종사는 대한항공 운항부에 ‘HJK’라는 문자를 보냈다. 민간항공 무선통신업체 ARINC는 이를 수신해 연방항공청(FAA)에 전달했다. ‘HJK’는 항공교통 용어에서 통상 ‘납치’로 해석된다.
 
FAA는 태평양시간 오전 9시 6분쯤 이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칸항공 11편이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충돌한 지 3시간 21분 뒤다.
 
당시 지상관제소가 대한항공 조종사와 교신했을 때 조종사는 기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더 커졌다. 조종사가 트랜스폰더에 식별 코드인 ‘7500’을 입력하면서다. 이는 항공기가 납치됐음을 알리는 비상 신호다.
 
맥스 프레이저 감독이 FAA 앵커리지 항로 교통 관제 센터에 방문한 모습. [후탈링콰 모션 픽쳐스 웹사이트 캡처]

맥스 프레이저 감독이 FAA 앵커리지 항로 교통 관제 센터에 방문한 모습. [후탈링콰 모션 픽쳐스 웹사이트 캡처]

CNN은 당시 FAA가 납치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자 조종사가 해당 납치 코드를 송신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를 실제 납치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유콘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맥스 프레이저는 이 신호가 사건의 핵심 의문이라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를 통해 2011년 지적한 바 있다.
 
프레이저는 당시 북미 전역에서 오간 명령과 교신 내용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했다. 미 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조종사와 관제소 사이의 교신 음성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45분짜리 다큐멘터리 ‘이곳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화이트호스 9·11 이야기(Never Happen Here: The Whitehorse 9/11 Story)’를 제작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FAA는 조종사에게 트랜스폰더에 ‘7500’을 입력하도록 지시했다. 공개된 교신에는 대한항공 조종사가 관제소의 지시를 믿기 어렵다는 듯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프레이저는 FAA가 왜 납치 상황이 아닌 항공기에 7500 입력을 지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납치 코드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전투기들을 긴급 출격시켰다. 대한항공 085편은 알래스카 상공에서 요격됐다. 미국과 캐나다 전투기들은 여객기를 화이트호스까지 호위했다.
 
다큐멘터리 트레일러의 한 장면. [후탈링콰 모션 픽쳐스 웹사이트 캡처]

다큐멘터리 트레일러의 한 장면. [후탈링콰 모션 픽쳐스 웹사이트 캡처]

당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민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도록 승인한 상태였다. 지상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발포할 수 있다는 명령이었다. CBC 보도에 따르면 장 크레티앵 당시 캐나다 총리도 필요할 경우 여객기를 격추하도록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내 승객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어 화이트호스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기자 브라이언 보일은 11일 CBC에 전투기와 747기가 상공을 선회했고, 공항과 주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회상했다.
 
대한항공 085편은 이날 오전 11시 54분 화이트호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왕립캐나다기마경찰(RCMP)은 총을 겨눈 채 여객기에 진입했다.
 
기내에서는 납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승객과 승무원도 무사했다. 모든 상황은 오경보로 판명됐다. 대한항공과 FAA는 조종사와 항공교통관제소 사이의 의사소통 오류였다고 설명했다. 9·11 테러 직후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언어 장벽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프레이저는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세계 어디에서든 747기를 조종하는 사람은 영어를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착륙 후 조종사를 조사한 전직 RCMP 지휘관도 다큐멘터리에서 조종사의 영어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종사가 처음 보낸 ‘HJK’ 메시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당시 화이트호스 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했던 데이브 화이트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 메시지(HJK)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여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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