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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후 서둘러 회사 복귀한 40대 사망…法 “업무상 재해 인정”

중앙일보

2026.09.12 17:00 2026.09.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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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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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쓰러진 뒤에도 “빨리 복귀해 달라”는 회사의 요청에 조기복귀해 업무를 보던 회사원이 결국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제조기업 총무팀 부장인 A씨(사망 당시 44세)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2021년 11월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뇌출혈이 발생했다. 입원 치료 후 퇴원했지만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손상됐다. 왼쪽 눈 시력이 50% 정도 회복되는 데 그쳤고, 근력이 돌아오지 않아 혼자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임원에게 “건강을 회복하는 데 최소 3개월이 필요해 이 기간 동안 복직이 힘들다”고 알렸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퇴사자가 생겨 결산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다”며 조기 복직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재차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회사는 “결산 업무만큼은 처리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결국 A씨는 퇴원 2개월 반 만인 2022년 2월 회사에 복직했고, 당초 회사가 요청한 결산 업무뿐 아니라 총무팀의 모든 업무를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동료에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타이레놀을 세 알 먹었다. 화가 나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기존에 앓던 궤양성 대장염 증상이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았고, 입원해서도 업무를 봤다. 퇴원 후 다시 출근한 뒤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혈변, 발작, 혼수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지만, 결국 2022년 9월 숨졌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직접사인은 ‘자발성 뇌내출혈’이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 손을 들어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양순주)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망인이 기존에 앓고 있던 뇌출혈이나 궤양성 대장염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뇌출혈을 유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특히 회사의 요구로 A씨가 조기 복직해야 했던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는 퇴원 후에도 1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회사의 요청에 따라 10주 만에 복직할 수밖에 없었다”며 “복직 이후 과중한 업무와 업무상 질책 등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병세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경외과·소화기내과 감정의 소견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설령 스트레스와 궤양성 대장염 사이에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명백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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