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작품 90억 어치 샀는데…페루산 등 200점이 가짜
중앙일보
2026.09.12 20:56
2026.09.12 20:59
2024년 10월 네덜란드 아펠도른의 왕궁에서 박물관으로 바뀐 헤트 로 궁전에서 앤디 워홀의 '통치하는 여왕들' 전시가 언론에 사전 공개됐다. 한 남성이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그린 작품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부동산 투자자 가족이 앤디 워홀의 작품이라는 설명에 속아 200여 점을 매입했다가 위작임을 확인하고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 리처드 펄먼과 그의 가족은 플로리다주 법원에 미술품 딜러 레슬리 로버츠와 마이애미 파인아트갤러리 등 관련 업체 6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펄먼 가족은 2023년부터 약 10개월간 670만 달러(약 90억원)를 들여 워홀의 그림과 판화 200여 점을 사들였다.
판매자 측은 해당 작품들이 앤디 워홀 재단에서 직접 나온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홀 재단은 이미 2012년부터 작품 진위 감정 업무를 중단한 상태였다.
소장에 따르면 위작 일부는 페루에서 제작되어 미국으로 반입됐다. 캔버스 뒷면에 가짜 감정 도장을 찍고 운송 서류에는 실제 가치보다 대폭 낮게 기재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이 사기극은 2023년 말 펄먼 가족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데비 해리, 수퍼맨 등을 소재로 한 소장품의 감정을 세계적 경매업체 크리스티에 의뢰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크리스티 측 전문가들이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자 펄먼 가족은 로버츠에게 진품 증빙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1월 합의로 마무리한 바 있다.
로버츠는 이와 별개의 미술품 사기 형사 사건에서도 유죄를 인정해 오는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2015년에도 위작 판매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술범죄학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거래 내역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는 고가 미술품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