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2.40원(0.18%) 하락한 1,338,20원을 나타태고 있다. 2026.9.10/뉴스1
반도체 호황으로 달러를 많이 벌수록 원화값이 오르고, 오른 원화값이 다시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주가 전망을 끌어내리는 ‘반도체 달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값은 15.41%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551.2원에서 1344.1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 절상률(5.29%)의 약 3배다.
이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0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달러 공급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은 2810억 달러로 전년보다 169.6% 늘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반도체 기업의 국내 투자를 원화의 중장기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원화 강세는 반도체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해외로 팔려나가는 반도체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똑같은 양을 팔더라도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로 환산한 장부상 실적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증권가에서 전망한(컨센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7월 10일 661조원에서 이달 11일 640조원으로 두 달 새 21조원 낮아졌다. 3분기 전망도 199조원에서 188조원으로 줄었다. 노무라증권은 원화값이 10% 오르면 국내 메모리 업체 영업이익이 단기적으로 약 12%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SK하이닉스도 반기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세전 이익이 약 4조7500억원 감소한다고 공시했다.
원화 절상률
주가 전망에도 환율 부담이 반영됐다. 씨티는 지난 3일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45만원에서 43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31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추면서 “환율 역풍을 반영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속도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1550원에서 1350원으로 떨어졌는데, 100만 달러 수출대금을 환전한다면 원화로 받는 금액은 약 2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환헤지(환 위험 회피) 여력이 작은 중소기업은 타격이 더 직접적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속도는 예측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값 급등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만드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환율이 너무 내려와 수출기업들도 달러를 쉽게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도 반전 요인이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1345.9원(주간 종가 기준)으로 하루 새 6.7원 반등했고, 달러인덱스도 98선에서 99.09로 올라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원화 강세의 속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