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터너스 애플 CEO는 지난 9일 제품발표회에서 아이폰 듀오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터너스는 이날 스티브 잡스가 자주 쓰던 말을 끌어와 포문을 열었다. 사진 애플/
" 그런데 사실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But actually, there is one more thing.) "
지난 9일(현지 시각)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신제품을 모두 소개한 신임 CEO 존 터너스는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는 스티브 잡스가 제품 발표회에서 30차례 이상 썼을 정도로 유명한 표현이다. 잡스를 오마주한 터너스는‘아이폰 듀오’를 선보였다.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접이식 스마트폰이었다.
터너스가 데뷔 무대에서 애플 최초의 접이식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달 1일 터너스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팀 쿡은 운영 전문가였다. 2011년 취임한 쿡은 15년간 애플을 매출 3.8배, 순이익 4.3배, 시가총액은 10배 큰 회사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공급망이라는 ‘시스템’을 접목해 기업 가치 3800억 달러짜리 애플을 무려 4조 달러 규모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쿡에겐 꼬리표처럼 약점이 따라다녔다. ‘아이폰을 이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제품 발표회를 “애플에 새로운 혁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애플이 알리고 싶어 하는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테크 기업의 키를 넘겨받은 터너스는 과연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잡스와 쿡이 함께 키운 ‘애플맨’ CEO
2001년 어느 날 자정이 넘은 시간, 애플의 한 협력업체 공장. 모니터 뒤편에 들어가는 나사 머리에 파인 홈의 개수를 세던 26세의 엔지니어는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 “내가 대체 지금 뭘 하는 거지? 이게 정상인가?” "
대형 데스크톱 모니터를 투명 플라스틱 외장에 고정하는 나사 몇 개, 그 나사의 머리에는 25개의 홈이 파여 있었어야 했다. 빛이 비치면 반짝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 위한 홈이었다. 문제는 홈이 35개였다는 것. 확대경까지 들고 나사 머리에 파인 홈을 세던 젊은 엔지니어가 바로 지난 1일 애플의 CEO가 된 존 터너스다.
터너스가 2024년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학 공과대학 졸업 연설에서 밝힌 이 에피소드는, 그가 디테일에 집착하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성장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가 입사한 2001년은, 1985년 애플에서 추출당한 잡스가 복귀한 지 4년쯤 지난 시점이었다. 애플에서 쫓겨난 뒤 창업한 넥스트(NeXT)가 애플에 인수되면서(1996년 12월) 고문으로 돌아온 잡스는, 1997년 당시 CEO 길 아멜리오가 물러나자 경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복잡하던 제품군을 모두 정리하고, 1998년엔 ‘아이맥(iMac)’을 출시했다. 그리고 2000년 1월 임시(interim) CEO로 있던 잡스는 마침내 1월 정식 CEO가 됐다. 잡스가 애플을 재편하고 장악한 뒤 터너스가 입사한 셈이다.
잡스의 애플에서 터너스는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떻게 성장했을까? 팀 쿡의 애플에서는 어떻게 관리자로 발탁돼 CEO에 이르게 됐을까? The JoongAng Plus가 아이폰 듀오 출시라는 첫 번째 큰 시험 앞에 선, 애플의 신임 CEO 터너스를 파헤쳤다. 그를 이해하면 애플이라는 기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