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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하이, 와카리마시따!”

Los Angeles

2026.09.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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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얼마 전 주일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낯선 부부가 교회에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예배당에 들어섰는데, 당연히 부부가 함께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내의 모습만 보일 뿐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사연을 들어보니 남편은 일본 사람으로,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차에서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날도 무더운데 차에서 기다린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당장 일본어 통역사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요즘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설교 통역이다. 여행지에서 나누는 간단한 일상 대화를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30분 넘게 이어지는 설교를 그 뜻과 의미를 살려 동시통역한다는 것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아본 인공지능 기술은 어느새 실시간 동시통역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구형 스마트폰 하나를 꺼내 인공지능 앱을 켜고 테스트해 보니, 기대 이상으로 통역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전달 방식이었다. 통역이 필요하신 분께 스마트폰을 쥐어 드리고 복잡한 앱 사용법을 매번 설명해 드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 문득 교회에서 사용하는 무선 설교 수신기 시스템이 떠올랐다. 청각이 어두우신 분들이 마이크 음성을 잘 들으실 수 있도록 마련해 둔 무선 송수신기를 이용하면, 통역된 음성도 어렵지 않게 들려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마침내 주일이 되었다. 일본인 성도님이 아내와 함께 예배당 안으로 들어설 때 준비해 둔 무선 수신기를 드렸다. 이어폰을 귀에 꽂기만 하면 통역이 들리도록 세팅도 마쳤다. 인공지능에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설교를 일본어로 통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예배가 시작되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통역이 잘 되고 있는지, 중간에 끊기지는 않았는지…’ 회중석에 앉은 그분이 고개를 조금만 갸우뚱해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 함께 점심을 나누는 자리에서 오늘 예배를 잘 드리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쭸다. 그러자 그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졌다. 아내를 따라 한인 교회에 올 때마다 늘 겉돌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아내 곁에 앉아서 편안하게 예배를 드렸다며 진심 어린 만족감을 표했다.
 
내친김에 인공지능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오늘 동시통역으로 들은 설교를 잘 이해하셨습니까?” 내가 던진 질문이 스마트폰을 거쳐 유창한 일본어로 흘러나오자, 그분은 전화기를 향해 고개를 크게 숙이며 이렇게 답했다.  
 
“하이, 와카리마시따!”  
 
다른 일본어는 몰라도 그 한마디만큼은 내 귀에 또렷이 들렸다. “예, 잘 이해했습니다”라는 뜻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두렵기도 하다. 세상은 부작용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담아 잘 활용한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영혼과 영혼을 잇는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절감한 하루였다.

이창민 /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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