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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정치인들이 모르는 이민자 표심

Los Angeles

2026.09.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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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지난 2024년 대통령 선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자들로부터 유례없는 지지를 받았다. 출구 조사 결과 라틴계는 45%가, 아시아계는 40%가 트럼프에게 한표를 던졌다. 4년 전보다 라틴계 득표율은 20%p, 아시아계는 9%p가 높아졌다.  
 
그동안 라틴계와 아시아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2024년 대선 직후 정치 분석가들은 ‘역사적 재편’을 선언했다. “이 거대한 유색인종 집단이 마침내 공화당의 품으로 넘어왔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데이터는 사뭇 다르다. 라티노 연구집단 UNIDOS US의 클라리사 마르티네즈 드 카스트로 연구원은 “2024년 트럼프를 찍었던 라티노 유권자 가운데 14%는 이미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고, 10%는 아직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민자들의 표심은 정당 재편(realignment)이 아니라 정당 이탈(dealignment)이라고 말한다. 라틴계 이민자들은 공화당을 선택한 게 아니라, 민주당을 버린 것이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은 공화당도 버리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정치 분석가들이 말한 ‘라티노 보수화’는 틀린 진단이라고 것이다. 뉴욕  퀸스의 코로나와 엘름허스트 선거구의 라틴계 유권자들은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가 다수였지만 2025년에는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시장을 선택했다. 이민자들은 이념을 바꾼 게 아니라 일관되게 한 가지를 요구했을 뿐이다. ‘지금 당장 내 삶을 바꿔줄 사람’이다. 카스트로 연구원은 “라티노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 다섯 가지 가운데 네 가지가 경제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활비, 임금, 주거비, 의료비가 최우선이고, 이민 문제는 꼴찌인 다섯 번째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 이민자 커뮤니티를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민자 권리”를 외치며 라티노의 표를 마치 ‘맡겨둔 표’처럼 생각했다. 공화당은 강경한 국경 통제, 이민 단속으로 ‘문화적 보수주의’에 호소하면 이민자 표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유권자들은 렌트비를 낼 수 없어 고통받는 동안 정치인들이 이념 싸움만 벌이는 것을 지켜보았고, 결국 양당을 모두 외면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민자의 표심 이탈이 ‘정치 불신’ 이나 ‘무질서한 허무주의’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매우 정교한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올해 텍사스 예비선거에서 라틴계 응답자의 53%가 “어떤 후보나 정당으로부터도 접촉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유권자가 말 그대로 방치된 채 투표장에 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투표장에 갔고 자기 목소리를 냈다.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일상의 경제적 현실이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었다.
 
표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그 표는 사라진다. 민주당이 라티노를 ‘우리 편’으로 간주해 실질적인 정책 개발을 게을리했을 때, 그 공백을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채웠다. 그러나 트럼프 역시 물가와 생활비를 잡는 데 실패하면서 유권자들은 다시 등을 돌리고 있다. 표심은 이데올로기에서 오지 않는다. 개스비와 렌트비, 물가에서 온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우리는 ‘맡겨둔 표’가 아니다. 당신들의 이념에 투표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밥값에 투표한다.” 한인 사회의 표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이런 메시지를 외면하는 후보는 이민자 유권자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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