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90조 베이비붐 세대 경제 충격 와도 소비 주도 세대 따라 소비 격차 커져 'G자형 경제' 새로운 현상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비지출이 강한 이유는 자산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베테랑 투자전략가 에드 야데니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비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핵심 세력이 베이비붐 세대라고 주장했다. 소비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막대한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를 주도하면서 경제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여러 차례 충격을 겪었는데도 소비지출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현상을 놓고 고소득·고자산 계층이 소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자산이 없는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정체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데니는 계층에 따라 경제가 갈라지는 이른바 'K자형 경제'라는 설명만으로는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 격차는 소득계층뿐 아니라 세대에 따라서도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며 현재 경제 현상을 'G자형 경제'라고 정의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유례없이 긴 금융과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현재 약 90조 달러에 가까운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계 자산의 약 52%에 해당한다.
여기에 앞으로 침묵의 세대가 보유한 약 20조 달러의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녀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야데니는 "고령 세대에 부가 집중돼 있다는 사실은 소비지출이 점점 노동소득보다는 그동안 축적해 놓은 은퇴자산의 지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가계가 보유한 주식과 뮤추얼펀드의 약 54%를 갖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30조 달러에 달한다. 또한 전체 가계의 부동산 가운데 41%를 소유해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소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야데니는 분석했다.
특히 고금리는 젊은 세대에는 부담이지만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야데니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머니마켓펀드(MMF)는 약 3조1000억 달러로 가계 전체 MMF의 약 60%에 달한다. 침묵의 세대도 전체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이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도 증가한다.
주택시장에서도 세대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는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 초저금리 시기에 낮은 모기지 금리를 이미 확보했거나 주택대출을 모두 갚아 집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
야데니는 "이 같은 역학관계는 왜 높은 금리가 많은 경제학자가 예상했던 것만큼 소비지출을 억제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준다"며 "상당수 국민에게 금리는 단순히 돈을 빌리는 비용만이 아니다. 금리는 소득원이기도 하며 동시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또 젊은 세대보다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자유롭다. AI가 향후 고용시장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는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임금 상승률이나 신규 채용 상황, 고용 안정성 등에 따라 소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세대와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된 자녀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독립생활을 유지할 만큼 소득이 충분하지 못하면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또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살아 있는 동안 자녀에게 자산 일부를 이전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비자 비즈니스 앤드 이코노믹 인사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보유한 밀레니엄 세대의 4분의 1은 부모에게서 다운페이먼트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부모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자는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산을 나중에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보다 자산을 활용해 자녀를 재정적으로 돕고 있다"며 "재정 지원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기에 자산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부유한 세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 역시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모기지와 신용카드 부채, 자동차 대출뿐 아니라 증권계좌와 기타 투자자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 개인대출과 사업대출 등을 갖고 있다. 비자는 "주거비 부담이 큰 고령의 주택 소유자의 비중이 높고 모기지 이외의 부채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겉으로 나타나는 자산 규모에 비해 실제 재정적 여유가 훨씬 적다"며 "결과적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재산 역시 예상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자는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약 93조 달러의 자산 가운데 실제로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금액은 약 36조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