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당뇨·치매 막는다” 92세 과학자, 믹스커피에 매일 타먹는 것

중앙일보

2026.09.13 19:15 2026.09.14 03:1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전두환이 다리를 꼬자, 왜소한 이 남자도 지지 않고 다리를 꼬았다.

1982년 청와대 소접견실. 금융실명제 도입을 위한 전산화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남자가 맞붙었다. 관계 부처는 준비가 안 됐다는데, 남자는 석 달이면 된다고 하니 대통령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윽고 호통이 쏟아졌다.

" 남들은 다 안 된다는 데 왜 자네만 된다고 하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시오! "

남자는 느긋하게 앉은 채 격노한 대통령의 눈을 흔들림 없이 마주 봤다. 몇 분이 지났을까, 대통령의 거친 호흡이 잦아들었다. 그제야 남자가 입을 열었다.

"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

남자는 컴퓨터도, 개발 인력도 갖췄다고 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현재 전산 시스템의 기술적 수준으로 1983년 1월 1일부터 금융실명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남자의 정체는 한국 컴퓨터 산업의 대부로 불리며 국내에 처음으로 예산과 행정 업무의 전산화를 추진한 성기수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부설 전산개발센터 소장(92·이하 경칭 생략)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종합전산실 소장 시절 성기수 박사. 사진 중앙포토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종합전산실 소장 시절 성기수 박사. 사진 중앙포토


" 기술적으로 모든 게 가능합니다. 안 해봤다고 해서 시도조차 못 하게 하면 언제 우리가 미국을 따라갑니까? "

그의 묵직한 반박에 전두환은 분통을 터뜨릴 뿐, 한마디 대꾸도 못 했다.

성기수는 이 말싸움 이후 KIST에 사표를 써야 했다. 하지만 그가 추진 중인 사업들을 맡을 후임자가 없어 사표가 반려됐고 자리를 지켰다. 결국 그해 말 KIST는 금융실명거래용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성기수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전산화 등 행정 준비 상황과 경제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융실명제 시행을 무기한 보류했다. 결국 금융실명제는 11년 뒤인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야 이뤄졌다.

전두환과 맞짱을 뜬 한국 IT계의 거두, 성기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평생을 바쳐 한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원로 과학자는 지금도 새로운 물건의 쓸모를 발견하고 사용하는 데 신이 나 있었다. 그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물건은 사과깎이였다.

" 그저 돌돌돌 돌리기만 하면 사과가 뚝딱 깎여요. 이거 봐요. 껍질이 끊어지지도 않는다니까. "
성 박사가 사과깎이로 사과를 깎은 뒤 껍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선희연 기자

성 박사가 사과깎이로 사과를 깎은 뒤 껍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선희연 기자


길게 늘어진 사과 껍질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어디서 샀냐, 비싸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산 물건이라고 했다. 편리한 물건은 많은데 사람들이 잘 찾아 쓰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아흔을 넘긴 ‘컴퓨터 대부’의 호기심은 지금도 생활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여전히 반짝이는 눈망울과 소년의 미소를 지닌 노(老)과학자는 취재진 앞에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거기엔 ‘심뇌혈관 나이 65세’라고 적혀 있었다. 젊은 시절, 폐결핵 때문에 미국 유학길마저 막힐 뻔했던 성기수는 어떻게 건강한 노년을 즐기며 살게 됐을까.

 지난해 성기수 박사가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 심뇌혈관 나이가 65세로 나와 있다. 선희연 기자

지난해 성기수 박사가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 심뇌혈관 나이가 65세로 나와 있다. 선희연 기자


성기수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그가 자신보다 어린 ‘복지관 동생들’ 몫까지 챙기는 비밀 먹거리를 찾아냈다. 당뇨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매일 커피에 타 먹는 ‘이것’부터 생활 속 운동 습관까지, 노과학자의 뇌 건강과 신체 활력을 지켜온 비결들을 파헤쳤다.

(계속)

하버드대 300년 역사상 단 2년 반 만에 석박사를 모두 취득하며 최단 기록 전설로 남은 성기수.

“심장이 건강해지고, 당뇨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하버드 의대 연구를 보고, 그가 믹스커피에 타 먹는다는 ‘이 가루’는 무엇일까. 실제로 그 조합을 매일 마신 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는데.

92세의 나이에도 심뇌혈관 나이 65세인 한국 천재 공학도의 비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1357


선희연.김서원.이민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