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트럼프·시진핑 워싱턴 담판 카운트다운…막판 AI 안전대화 열릴까

중앙일보

2026.09.13 23:19 2026.09.14 00:1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함께 거닐고 있다. 두 정상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올 들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인공지능(AI)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함께 거닐고 있다. 두 정상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올 들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인공지능(AI)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이 다음주로 다가온 가운데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진영 대결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 앞서 인공지능 안전 대화(AI Safety Talk)를 둘러싼 양국 간 샅바 싸움도 한창이다. AI 양자 회담이 성사될 경우 ‘자율 AI 에이전트의 위협 방지’, ‘최첨단 AI 모델 규제’, ‘정보 공유 메커니즘’ 등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지만, 경제 회담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주도로 인공지능만 논의할 미·중 양자 회담을 이달 중순 개최를 목표로 논의 중이라고 지난 4일 보도했다. 회담에서는 양국 AI 연구소가 ‘자체 규제’를 통해 AI에 의한 사이버 공격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대표로는 베센트 장관의 카운터 파트인 허리펑 부총리가 유력하나 권력 서열 7위이자 중국의 기술, AI 및 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딩쉐샹 상무부총리가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AI를 경제 분야의 주요 의제로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직전에 인천에서 열린 베센트·허리펑 회담과 같은 방식으로, 베이징서 설치하기로 합의한 무역위원회, 투자위원회, 인공지능 실무그룹 의제를 일괄 논의한다는 취지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중국은 AI 안전 대화를 다루는 미국의 접근법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중국의 AI 기술 개발 능력을 제약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으며, AI 의제가 반도체 개발과 AI 모델을 무단 복제하는 증류(蒸餾·distillation), 지식재산권, 사이버 보안, 군사적 활용 제약까지 포괄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진영 대결이 마치 18세기에 절정에 이른 인클로저 운동을 방불케 한다고 대만 연합보가 14일 보도했다. 인클로저 운동은 공유지에 울타리를 치고 사유지로 만든 역사적 사건으로, 미국과 중국이 각각 ‘팍스 실리카(Pax Silica)’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기치로 회원국 모집에 나선 모습을 이에 비유했다.

AI 진영 결집은 미국이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주재로 워싱턴에서 제1회 팍스 실리카 서밋이 열리면서다. 미국은 이날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이스라엘, 호주와 함께 팍스 실리카 선언에 서명하며, AI 및 반도체 공급망을 위한 안보 협력 증진을 내세웠다. 선언문에는 “과잉생산”, “불공정 덤핑”, “민감한 기술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부당한 접근과 영향력 행사 및 통제” 등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7월 16일 왕이 외교부장이 러시아·브라질·남아공·라오스 등 29개국 대표와 함께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operation Organization)를 설립하고 진영 결집에 나섰다. 이튿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상하이에서 열린 2026년 세계인공지능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가안보 개념의 일반화와 타국의 불안정을 기반으로 자국의 안보를 우선시하는 행태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며 WAICO세 불리기에 나섰다. 이미 8개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현재 37개국으로 불었다.

시 주석의 AI 진영 결집은 이달 들어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협력 기구로 11개국으로 확대)를 무대로 펼쳐졌다.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1차 회의에서 “브릭스 국가들은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인공지능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오픈소스와 개방형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브릭스 인공지능 신산업화 촉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은 우리의 발전을 막을 수 없으며,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제한된 분야에서 강도 높은 규제)’는 자신을 가두고 세계를 분열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13일 2차 회의에서는 “오픈소스와 포용적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중국은 브릭스 AI 오픈소스 구역을 구축하고,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및 활용에 관한 협력을 지원하며, AI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개방형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폐쇄적 AI 모델에 대항해 오픈소스 진영을 결집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양대 진영은 충돌이 불가피하며 AI 냉전과 비슷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조짐을 보인다고 연합보는 전망한다. 과연 미·중 어느 쪽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며 인류가 AI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전개되면서 두 나라가 평화 협정을 맺을 것인가. 다음주 24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실마리가 나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