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젊은 층이 늘어난 가운데 SNS, 코로나19 팬데믹, 정신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등이 젊은 세대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5일(현지시간)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친구가 없거나 기존 친구 관계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호소가 늘고 있다며 개인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에 따르면 영국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젊은 층의 비율은 2014년 이후 5배 증가해 현재 2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22세 테스 라반다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친구가 없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한 달 만에 50만회 이상 조회됐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라반다는 “사람들이 마침내 이 문제가 이야기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혼자 있는 것이 부끄럽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아무도 용기를 내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밖에 나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의지가 부족해졌고,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 다가가기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NS만으로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영국 아동·청소년 외로움 연구자인 파멜라 퀄터는 젊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공간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나누는 짧은 대화 같은 ‘약한 연결(weak ties)’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는데, 재택근무 확산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 부족 등이 이런 기회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엑서터대 사회·조직심리학 교수 마누엘라 바레토는 젊은 층의 외로움을 개인의 정신건강이나 자존감 문제만으로 바라보기보다 구조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과 주택 마련 등 성인으로 독립하는 과정이 어려워지면서 불안이 커지고, 이것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거론된다. 청소년 지원단체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일부 젊은 층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불안 수준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과거보다 실제로 더 외로워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퀄터는 영국에서 14~24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외로움을 호소하는 연령대지만,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젊은 층의 친구 관계에 대한 기대 자체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