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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허탕, 거리 내쫓겼다…떡 두 봉지 훔친 ‘장발장’ 살린 이들

중앙일보

2026.09.14 13:00 2026.09.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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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벽 3시 강원 춘천시 동부시장 인근 떡집에서 A씨가 떡을 훔치고 달아나는 모습. [사진 춘천경찰서]

지난 7일 새벽 3시 강원 춘천시 동부시장 인근 떡집에서 A씨가 떡을 훔치고 달아나는 모습. [사진 춘천경찰서]



“배가 고파서 훔쳤다” 진술

지난 7일 새벽 3시 강원 춘천시 동부시장 인근 떡집. 한 남성이 주변을 서성이다 떡집 외부에 놓인 냉장고 쪽으로 다가간다. 잠시 뒤 냉장고에서 떡 두 봉지를 꺼낸 남성은 주변을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이날 출근한 떡집 주인은 떡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남성의 동선을 추적했다. 화면 속 남성이 향한 곳은 떡집에서 멀지 않은 폐건물이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3시 폐건물에서 노숙하던 A씨(49)를 떡을 훔친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에서 A씨는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7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연락이 끊겼고, 아버지도 거주 불명자로 파악됐다. 사실상 의지할 가족 없이 살아온 그는 20대부터 인력사무소를 통해 아파트와 주택 등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A씨가 노숙하던 춘천의 한 폐건물. [사진 춘천경찰서]

A씨가 노숙하던 춘천의 한 폐건물. [사진 춘천경찰서]



지난달부터 폐건물에서 노숙 시작해

하루 일하고 하루 품삯을 받는 생활이었다. 벌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원룸을 얻어 30만원 남짓한 월세를 내며 살아왔다고 한다. 문제는 일거리가 끊기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자리가 하나둘 줄었다. A씨는 결국 지난 4월 월세를 내지 못해 원룸에서 나왔다. 남은 돈으로 여인숙 등을 전전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부터 폐건물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끼니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1+1 라면으로 때웠다.

휴대전화 요금까지 끊겼지만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 일자리 애플리케이션을 뒤졌고, 새벽에 인력사무소에도 나갔다. 그러나 허탕을 치는 날이 많았다.

실제 춘천지역 일용직 노동시장은 일감 감소와 인력 배치 방식이 달라지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과거엔 새벽부터 인력사무소에 사람들이 모여 현장에 배치되는 방식이었는데, 일감이 줄면서 팀으로 된 인력을 중심으로 전날 전화로 출근 여부와 현장 배치를 정한다고 한다.

춘천지역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많이 나갈 때 하루 40~50명씩 현장에 보내기도 했지만, 요즘은 10명 남짓에 그치고 있다”며 “건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새벽에 나와도 30% 정도만 일을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이 없다 보니 오랜 기간 일해 온 검증된 인원만 현장으로 보낸다”며 “새로 오는 사람들을 바로 현장에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사진 춘천경찰서]

강원 춘천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사진 춘천경찰서]



자격증 취득 및 직업 훈련 시작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지난 8일 조사를 마친 뒤 춘천시 약사명동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 등과 연계해 긴급생활지원금을 신청했다. 또 A씨가 다시 거리로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원주의 노숙인 재활시설 입소까지 연계했다.

현재 A씨는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업 훈련과 일자리 소개, 자격증 취득 지원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 “일자리만 있으면 열심히 일하며 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건을 담당한 춘천경찰서 박찬모 강력2팀장은 “A씨에게는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조차 낯선 일이었다. 그동안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며 “A씨가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판단해 일자리를 소개하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도록 재활시설로 연계했다”고 말했다.



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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