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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전문가 칼럼] 정성일

Chicago

2026.09.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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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만들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들 – ‘특허 괴물’의 세계
정성일

정성일

공장도, 제품도, 밤을 새우는 연구원도 없다. 직원 대부분은 변호사와 특허 전문가다. 그런데 이들이 글로벌 기술기업을 상대로 벌어들이는 돈은 때로 수천억 원에 달한다.  
 
특허업계의 ‘사냥꾼’, 이른 바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 불리는 비제조 특허전문회사(Non-Practicing Entity, NPE) 이야기다.  
 
이들의 사업 방식은 단순하지만 치밀하다. 직접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대신 자금난에 빠진 스타트업이나 파산한 기업, 기술개발 회사가 보유한 특허를 사들인다. 때로는 수백 건의 특허를 한꺼번에 확보한 뒤, 시장의 핵심 제품이나 서비스를 겨냥할 수 있는 이른 바 ‘킬러 특허’를 골라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을 찾아 나선다. 특허 자체가 하나의 투자자산이자 소송의 무기가 되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도 주요 표적이 된다. 스마트폰처럼 수많은 기술이 얽힌 제품일수록 공격할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NPE는 수많은 부품과 기능 중 자사 특허와 연결되는 단 하나만 찾아내도 거액의 손해배상이나 로열티를 요구한다.  
 
제조기업 입장에서 NPE와의 싸움은 매우 까다롭다. 일반 경쟁사와의 분쟁이라면 맞소송이나 크로스 라이선스로 대응할 수 있지만, NPE는 제품을 만들지 않아 역공격할 대상이 없다. 창만 있고 맞을 몸은 없어 처음부터 싸움의 구조가 비대칭적이다.  
 
게다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미국 특허소송의 특성상, 끝까지 싸워 승소하더라도 엄청난 실익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NPE는 소송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기업은 장기전의 리스크를 피하려 결국 조기 합의를 선택하곤 한다.  
 
본래 특허제도는 발명가에게 독점권을 주어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거대한 특허 시장과 미국 소송제도가 결합하면서, 혁신을 보호해야 할 권리가 기업을 압박하는 무기가 되어버렸다. 특허가 혁신의 ‘방패’이자 공격의 ‘창’이라는 양면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기업에 필요한 것은 좋은 기술만이 아니다. 특허를 많이 출원하고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제품 출시 전에 침해 가능성을 점검하고, 경쟁사의 특허와 NPE의 소송 동향을 살피는 종합적인 IP 전략이 필요하다. 공격을 받았을 때 특허 무효화 절차를 활용할 것인지, 소송을 계속할 것인지, 라이선스나 합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특허를 둘러싼 전쟁 역시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다른 사람의 특허 공격으로부터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느냐까지 중요한 경쟁력이 된 시대다.  (공학박사•특허변호사)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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