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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LA한인타운은 가능성 여전한 공간

Los Angeles

2026.09.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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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사회부 부장

이은영 사회부 부장

최근 본지에 시리즈로 연재한 LA한인타운 상권 관련 기사는 한 가지 의문에서 출발했다. ‘타운에 수천 가구의 주거시설이 계속 들어서고 거리에는 사람이 늘었는데 왜 한인 업소들은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할까?’.  한인 인구 감소나 상권 쇠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관계자들의 좌담회를 통해 한인타운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이르렀다. 질문도 ‘한인타운이 성장했는가’에서 ‘그 성장의 성과는 어디로 흘러갔는가’로 바뀌었다. 핵심은 주거시설과 인구의 증가가 기존 한인 업소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지만 한인 상권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주거와 소비, 문화와 상권이 한 공간 안에서 따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민 초기 한인타운은 주거와 소비가 맞물린 한인 생활 및 경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한인들의 외곽 이주와 온라인 소비, 재택근무 확산으로 한인 인구와 수요가 동시에 줄었다. 그 빈자리는 젊은 타인종 주민이 채웠다. 이들은 음식뿐 아니라 공간과 분위기, 편리한 주문 방식과 공유할 만한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반면, 상당수 한인 업소는 여전히 한인 고객에 의존하고 있다. 한인타운에 살지만 한인 업소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과 바로 곁의 주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업소가 공존하게 된 것이다.
 
좌담회에서는 업소 주변의 주요 거주자 현황부터 살펴야 한다는 해법이 나왔다. 인근 아파트 주민의 연령과 직업, 생활 시간대를 파악해 메뉴와 영업, 주문 방식을 맞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의 작은 유닛과 부족한 편의시설은 주변 업소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상권을 지탱하는 것은 타지역에서 가끔 방문하는 고객이 아니라 반복해서 찾는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민과 타지역 고객의 유치를 위해서는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한인타운이 안전하고 편하게 걷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인타운은 올림픽과 윌셔,웨스턴, 버몬트 등 큰 도로들이 교차하는 탓에 상권이 단절돼 있다. 이로 인해 인접한 업소들조차 하나의 소비 동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A다운타운 인근 리틀도쿄는 일본계 업주는 줄었지만 상권 전체의 정체성과 연결성은 유지되고 있다. 방문객은 이곳 업소들을 이용하며 일본 문화를 경험한다. 반면 한인타운은 채프먼플라자 주변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면 이 같은 흐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가로수와 그늘, 쉼터와 조명, 깨끗하고 안전한 보도도 상권의 경쟁력이다. 공간과 간판, 매장 동선까지 한인타운의 정체성과 이용 편의성을 갖춰야 문화적 관심이 체류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개발의 의미도 다시 물어야 한다. 건축주와 개발업자는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부담금과 각종 개발비를 낸다. 이 재원이 어디에 쓰였고, 한인타운의 쉼터와 조경, 보행환경 개선에는 얼마나 돌아왔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 정부와 건물주, 업주가 청결과 안전, 거리 환경 개선에 함께 나서야 한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한인 상권의 활력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좌담회에서는 한인타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조정할 주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업주와 건물주, 시 정부와 경제단체가 각자 움직일 뿐 새 주민과 기존 업소를 연결하고 흩어진 상권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으며, 개발 재원의 지역 환원을 지속해서 살피는 역할을 하는 곳은 없다는 의미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인타운의 잠재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 주민과 다인종 방문객이 늘고 K컬처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이를 기존 업소의 고객과 상권의 성장으로 연결할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은 쇠퇴하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층과 개발 재원을 갖춘 가능성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면 한인타운이라는 이름은 남더라도 상권의 경제적 주도권은 한인사회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은영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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