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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낭독극으로…배우 이혜영 “고통 안고 연기했다”

중앙일보

2026.09.14 23:55 2026.10.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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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공연 '새'의 첫 공연이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이혜영, 작가 한강, 이자벨 위페르가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공연 '새'의 첫 공연이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이혜영, 작가 한강, 이자벨 위페르가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새(Oiseau)’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개된다. 다음 달 10~11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다. 세계 최대 공연 예술제 중 하나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중심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세계 초연된 지 석 달 만이다. 총 3장의 원작 중 1장 '새'를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낭독 공연으로 무대화 한 작품이다. 당시 배우 이혜영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이자벨 위페르도 한국을 찾는다.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이혜영은 “외국인 관객들 앞에서 공연할 때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인선 역의 이혜영은 한국어로, 경하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어로 연기를 했기 때문에 관객의 모국어에 따라 공감하는 지점이나 깊이가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이혜영 배우. [사진 SPAF]

이혜영 배우. [사진 SPAF]


작품은 제주에 사는 인선이 어느 겨울 아침 오랜 친구 경하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시작된다. 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동안 집에 홀로 남겨둔 작은 흰색 잉꼬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폭설을 뚫고 제주로 향한다. 새를 돌보기 위한 여정은 곧 인선 가족의 기억을 따라 제주 4·3의 비극을 마주하는 길이 된다. 이혜영은 “‘새’는 소설 속 1장만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담긴 장면이 많지는 않다”며 “오히려 두 친구의 우정과 연약한 인간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첫 리허설 때 (무대보다) 작은 공간에서 인선과 경하가 옛 추억을 나누는 장면을 연기한 일이 생각나요. 두 사람이 예전에 함께 나눠먹었던 음식, 가출했던 일,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에 대한 얘기를 조곤조곤 나눠요. 이 상황을 연기 하는데 감정이 확 일어났어요. 함께 있던 스태프들도 울 정도로 감동했다고 하더군요.”

낭독극 경험이 거의 없었던 이혜영은 “편히 책만 읽다 오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아비뇽 무대 리허설 전 줄리 연출을 만났는데, 옷도 목수 겸 다큐멘터리 감독인 ‘인선’처럼 입고 생각을 해보라고 요구했어요. 일종의 연기를 주문한 거죠. 그때부터 부담이 확 되더라고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움을 잔뜩 안고 한국을 출발했어요. 이미 인선이가 된 기분이었죠.”
 15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열린 SPAF 개막 기자회견. [사진 SPAF]

15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열린 SPAF 개막 기자회견. [사진 SPAF]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행자의 필요’(2024)로 호흡을 맞췄던 이자벨 위페르와 재회도 화제였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이자벨에게도 배운 게 많다”고 했다. “이자벨의 첫 인상은 ‘멋있다’ 였어요. 영화 작업할 때 본 적이 있는데, 매니저도 없이 트렁크 하나 딱 들고 오더라고요. 이번 아비뇽 리허설 전에는 대본 ‘딱 한 번’ 읽고 왔다더군요. 그런데 현지에서 리허설 한 3일 동안 눈에 띄게 연기가 좋아졌어요. 프롬프터 등으로 한국어 대사를 잘 볼 수 있게 스태프에게 디테일한 요구를 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저는 제가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함께 일하는 법을 알더군요.”

아비뇽 무대에선 작품 후반부에 한강 작가가 직접 등장해 낭독을 했다. 한국 무대에선 볼 수 없다. 이혜영은 “한강 선생이 읽은 파트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라며 “한 선생은 이 부분을 매우 담백하고 감정이 없이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그냥 읽는데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아직 누가 읽을지 결정이 되지 않았는데, 낭독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새' 무대 위에서 이혜영 배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SPAF]

지난 7월 '새' 무대 위에서 이혜영 배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SPAF]

여태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해 온 그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캬바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연극 ‘사의 찬미’ ‘헤다 가블러’,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파과’ 등 폭넓은 커리어를 쌓아온 이혜영의 다음 행보는 뭘까. 그는 “언젠가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요새는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를 정말 잘 불러서 제가 부르는 건 노래처럼 들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그래도 뮤지컬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처럼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들의 꿈이 되고 싶어요.”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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