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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이혜영도 떨었다…“고통 안고 연기했어요”

중앙일보

2026.09.15 08:02 2026.10.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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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에 오른 낭독극 ‘새’ 현장. 무대에 선 (왼쪽부터)배우 이혜영, 작가 한강, 이자벨 위페르가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에 오른 낭독극 ‘새’ 현장. 무대에 선 (왼쪽부터)배우 이혜영, 작가 한강, 이자벨 위페르가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새’가 초연됐다. 세계 최대 공연 예술 축제 중 하나인 이 페스티벌의 중심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 2000여명이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교차 낭독되는 공연을 지켜봤다. 원작 총 3장 중 1장을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무대화한 작품이다. 그 ‘새’가 다음 달 10~11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개된다.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다. 당시 배우 이혜영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이자벨 위페르도 한국을 찾는다.

1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이혜영은 “외국인 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인선 역의 이혜영은 한국어로, 경하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어로 연기를 했기에 관객의 모국어에 따라 공감하는 지점이나 깊이가 다를 거라는 의미다. 작품은 제주에 사는 인선이 어느 겨울 아침 오랜 친구 경하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시작된다. 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동안 집에 홀로 남겨둔 작은 흰색 잉꼬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폭설을 뚫고 제주로 향한다. 새를 돌보기 위한 여정은 곧 인선 가족의 기억을 따라 제주 4·3의 비극을 마주하는 길이 된다. 이혜영은 “소설 속 1장만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담긴 장면이 많지는 않다”며 “오히려 두 친구의 우정과 연약한 인간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무대보다) 작은 공간에서 인선과 경하가 옛 추억을 나누는 장면을 연기한 첫 리허설이 생각나요. 둘이 예전에 함께 나눠 먹은 음식, 가출했던 일, 엄마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얘기를 조곤조곤 나눠요. 이 상황을 연기하는데 감정이 확 일어났어요. 함께 있던 스태프들도 울 정도로 감동했다고 하더군요.”

이혜영 배우

이혜영 배우

처음엔 편히 책만 읽다 오면 되는 줄 알았다. 아비뇽 무대를 앞두고 만난 델리케 연출은 “목수 겸 다큐멘터리 감독인 인선처럼 옷 입고 생각해보라”고 요구했다. “일종의 연기를 주문한 거죠. 그때부터 부담이 확 되더라고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움을 잔뜩 안고 한국을 출발했어요. 이미 인선이가 된 기분이었죠.”

홍상수 감독 영화 ‘여행자의 필요’(2024)로 호흡을 맞췄던 이자벨 위페르와의 재회였다. 이혜영은 “이자벨의 첫인상은 ‘멋있다’였어요. 영화 작업할 때 매니저도 없이 트렁크 하나 딱 들고 오더라고요. 이번 리허설 전에는 대본 ‘딱 한 번’ 읽고 왔다는데, 현지에서 한 3일 리허설 하는 동안 눈에 띄게 연기가 좋아졌어요”라고 말했다. “프롬프터로 한국어 대사를 잘 볼 수 있게 스태프에게 디테일한 요구를 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저는 제가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함께 일하는 법을 알더군요.”

아비뇽 무대에선 마지막에 한강이 나와 소설의 끝부분을 낭독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문장이었다. “한 선생은 매우 담백하고 감정 없이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그냥 읽는데 정말 신기했다”며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누가 읽을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는데, 낭독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해 온 이혜영은 “뮤지컬을 다시 해보고 싶다. 그래서 나처럼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들의 꿈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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