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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저 바람 속 먼지처럼

Chicago

2026.09.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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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비행기 타고 창문 밖 하늘을 내려다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미물임이 느껴진다. 미물은 작고 변변치 않는 물건이다. 인간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구름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린다. 나는 정말 살아 있는 걸까?  
 
‘눈을 감는다 / 단지 한 순간일 뿐 그 순간은 지나갔어 / 내 모든 꿈 / 호기심을 안고 내 눈앞을 지나가 / 바람속에 먼지(중략) / 땅바닥에 무너져 내려도 보기 싫어 / 바람 속의 먼지 / 우리 모두는 바람 속의 먼지일 뿐이야 / 이제 집착하지 말아요 / 땅과 하늘 외에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어요’-Kansas의 ‘바람 속에 먼지’ 중에서.  
 
Kansas의 ‘Dust in the Wind’는 인간의 삶과 꿈, 성취가 시간 앞에서는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처럼 유연하다고 노래한다. 가사는 단순한 허무주의가 아니라 영원하지 않는 삶을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노래는 특정한 사람에게 사랑이나 이별을 고백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우리가 붙잡으려는 꿈과 순간들이 얼마나 쉽게 지나가는 지 말한다.  
 
잠시 눈을 감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성취한 꿈과 사랑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가사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먼지, 바람, 시간, 꿈 등의 단어를 통해 인생의 유한성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먼지는 매일 마주치는 세계속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다. 바람은 잡을 수 없는 시간이다. 먼지가 바람을 거스를 수 없듯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  
 
‘Dust in the Wind’는 단순한 명사와 동사를,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시적 이미지를 반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는 격동의 시대 속에 산다. 수많은 것들이 초단위로 시시각각 변모해간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어떤 것을 잃어버렸는가? 돌아갈 수 없는 세월 속에 어제는 흘러갔다,  
 
컴퓨터 제왕인 이웃집 족보 없는 양아들(?)이 내 셀폰이 수명을 다할 거라고 경고했는데 결국 일이 터져서 엔틱 셀폰을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여러가지로 편리는 한데 사용법 익히는데 골머리가 아프다.  
 
그 시절이 좋았다. 한 여름 밤, 평상에 누워 반딧불 동무 삼아 옥이 언니가 들려주던 콩쥐팥쥐 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황토로 잘 다져진 마당을 제 꼬리를 잡으려고 하루 종일 쫓아다니던 누렁이는 보름달이 뜨면 컹컹 짖어 댔다. 겨울이면 삼만이 아재는 놋화로에 부엌에 남은 불쏘시개를 담아 고구마와 밤을 구웠다. 어린 내 눈에도 아재는 언니를 좋아했다. 어머니는 등잔불을 켜고 바느질을 했다. 옷이 다 되면 뜯어 다시 바느질을 했다. 소복은 어머니가 견디는 슬픔의 무게였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던 그 많은 밤들... 친구여!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카카오톡 누르며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하자. 기다림이 없는 흔적은 슬프다,  
 
새로운 것들을 찾기 위해 친구여!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하자. 어제의 기억 속에 수많은 별들을 새기고, 별들의 이름 대신 우리들의 이름을 적어 넣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오르는 날엔 두 손 모으고 서로의 안녕을 기도하자.  
 
시간의 밀도가 사라진 황폐한 거리에서,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절, 숭고한 감정마저 흩어져도, 생의 어디쯤에서 너의 목소리를 기억할 거야.  
 
남은 세월을 사랑하고 이별을 참고 견디면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사는 것이 먼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도, 사랑은 살아있는 바람의 연가로 남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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