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배당주, 구조화 노트, 연금 인컴 라이더 대가 달라 지수 배당수익률 최저점, 20년래 최고 장기 금리 상황 필수 생활비, 선택적 지출 구분에 따른 계좌 배치 필요
가장 큰 인컴 소스 찾기
은퇴를 앞둔 투자자와 인컴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면 이야기는 대개 같은 자리로 흘러간다. “어느 것이 제일 많이 나오느냐”는 질문이다.
채권 이자, 주식 배당, 구조화 노트의 쿠폰, 연금의 지급률을 나란히 놓고 가장 큰 숫자를 찾는 방식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지만 이 비교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있다. 네 개의 숫자가 서로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의 5%는 이자다. 배당주의 3%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주주에게 나눠준 몫이다. 노트의 8%는 정해진 조건이 충족될 때만 지급되는 쿠폰이다. 즉시연금의 7%는 이자와 내 원금의 반환이 섞여 있는 금액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현금흐름을 하나의 퍼센트로 압축해 비교하는 순간, 각 도구가 그 현금흐름을 주는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인컴 포트폴리오 설계는 수익률 순위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대가의 목록을 먼저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배당주는 주력 인컴이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적 이득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인컴 원천은 결국 세 가지
어떤 상품을 쓰더라도 인컴은 이자, 배당, 원금 인출이라는 세 가지 원천에서만 나온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 셋이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급률이 높아 보이는 도구일수록 그 숫자 안에 원금 반환이 포함되어 있거나 지급 조건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많은 은퇴자가 원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이자와 배당만으로 생활비를 맞추려 한다.
심리적으로 이해할 만한 원칙이지만, 이 제약은 대개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자산 쪽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는다. 필요한 생활비가 자산 규모에 비해 크다면 수익률만으로 그 간격을 메울 수 없고, 무리하게 메우려 할 때 위험이 한쪽으로 집중된다.
순서를 바꾸는 편이 낫다. 먼저 자산 대비 연간 인출률을 정하고, 그 인출을 이자와 배당과 계획된 원금 인출의 조합으로 어떻게 조달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원금 인출은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정상적인 구성 요소다.
▶채권: 확정성을 사고 물가를 감수한다
현재의 금리 환경은 인컴 설계자에게 20년 만에 가장 유리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9월 중순 기준 2년물 국채가 4.6%대, 10년물이 5% 근처, 30년물은 5%대 중반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자등급 회사채의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0.8%포인트 수준이므로 우량 회사채는 5%대 후반의 이자를 제공한다.
만기를 1년부터 7년 또는 10년까지 계단식으로 나누어 배치하는 사다리 구조를 쓰면 매년 일정 금액이 만기 도래하면서 정해진 현금이 들어오고, 그 자금을 그때의 금리로 재투자할 수 있다. 채권의 강점은 금액과 시점이 모두 확정된다는 점이며, 이는 다른 어떤 도구도 이만큼 단순하게 제공하지 못한다.
대가는 세 가지다. 첫째, 고정 이자는 물가에 대응하지 않는다. 20년 뒤에도 같은 금액이 들어온다는 것은 실질 구매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둘째, 만기 때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져 있을 재투자 위험이 있다. 셋째, 과세 계좌에서는 이자가 전액 일반소득으로 과세되므로 세후 수익률을 기준으로 지방채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배당주: 10년 뒤의 인컴
여기서 많은 투자자가 오해를 갖고 있다. 배당주를 인컴의 주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S&P 500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1% 수준으로 기록상 가장 낮으며, 장기 평균인 1.6%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표 지수를 보유해 생활비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지금 시장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채권 이자의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는 고배당 종목이나 고배당 펀드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대가가 발생한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영역은 유틸리티, 리츠, 에너지, 통신 등 특정 섹터에 몰려 있어 포트폴리오가 의도치 않게 한쪽으로 기울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주가 하락이나 성장 정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인기를 끄는 커버드콜 방식의 인컴 ETF가 제시하는 두 자릿수 분배율도 공짜가 아니다.
상승 참여를 팔아서 받는 돈이며, 분배금의 일부는 수익이 아니라 원금의 반환이다. 배당주의 본래 역할은 다른 곳에 있다. 배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난다. 20년 이상 이어질 은퇴 기간에서 물가에 맞춰 커지는 현금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채권도 연금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배당주는 오늘의 인컴 공급원이 아니라 미래 인컴의 성장 엔진으로 배치하는 것이 맞다.
▶구조화 노트: 조건부 쿠폰과 세 가지 숨은 비용
주요 지수를 기준으로 발행되는 조건부 인컴 노트는 최근 연 7%대 중반에서 8%대의 쿠폰 조건으로 나오고 있다. 쿠폰 지급 기준선은 초기 지수의 70~75%,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기준선은 60% 수준이 일반적이다. 관찰 시점에 지수가 기준선 위에 있으면 쿠폰을 받고, 아래로 내려가면 해당 회차의 쿠폰은 지급되지 않는다. 지수가 30% 하락해도 계속 쿠폰이 나오는 구조이므로 숫자만 보면 매력적이다.
세 가지 대가를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노트는 담보된 자산이 아니라 발행 금융기관의 채무다. 발행사가 문제를 겪으면 지수와 무관하게 손실이 발생한다. 둘째, 만기 전에 현금화하려면 이론 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동성 제약이 있다. 셋째, 시장이 좋을 때는 조기 상환되어 다시 낮은 조건으로 재투자해야 하고 시장이 나쁠 때는 만기까지 묶이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여기에 상승 참여가 없다는 점과 쿠폰의 과세가 불리하다는 점을 더하면, 노트는 인컴 포트폴리오의 주축이 아니라 제한된 비중에서 채권과 배당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재로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금 인컴 라이더: 장수 위험을 넘기는 대가
연금은 다른 도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나 한다. ‘평생’이라는 기간을 계약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65세 기준 즉시연금의 종신 지급률은 현재 7%대 후반 수준이고, 인덱스 연금에 부가되는 인컴 라이더는 인컴 베이스의 5%에서 5.5% 정도를 평생 인출할 수 있게 한다. 두 숫자가 차이 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연금은 원금의 소유권을 보험사에 넘기는 대신 이자와 원금 반환이 합쳐진 금액을 받는 구조이고, 인컴 라이더는 자산의 소유권을 유지한 채 인출할 권리만 부여받는 구조다. 즉 앞의 7%대는 더 큰 금액이지만 유동성과 상속 가능성을 포기한 결과이고, 뒤의 5%대는 더 작은 금액이지만 잔여 자산이 남는다. 대가는 명확하다.
라이더 비용이 매년 발생하고, 해약 수수료 기간 중 유동성이 제약되며, 지급 능력은 결국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달려 있다. 참고로 5년 만기 확정금리 연금이 6% 초반 수준에 나오고 있으므로, 원하는 것이 평생 보장이 아니라 확정된 이자와 세금 유예라면 라이더가 없는 단순한 구조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네 가지 축 도구 배치
정리하면 판단의 축은 네 개다. 지급의 확정성, 유동성, 물가 대응력, 상속 가능성이다. 어떤 도구도 이 네 가지를 동시에 갖지 못한다. 채권은 확정성과 유동성을 주지만 물가에 약하고, 배당주는 물가 대응력과 상속 가능성을 주지만 지급이 확정되지 않으며, 종신 연금은 확정성이 가장 강하지만 유동성과 상속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순위를 정하는 대신 지출을 나누는 방식이 실용적이다. 주거비, 보험료, 의료비, 식비처럼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끊기지 않아야 하는 필수 지출은 사회보장연금과 확정 지급 도구로 덮는다. 여행, 자녀 지원, 취미처럼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지출은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 자산에서 조달한다. 계좌 배치도 함께 봐야 한다.
이자와 쿠폰처럼 일반소득으로 과세되는 인컴은 세금 유예 계좌에 두고, 적격 배당과 장기 자본이득처럼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은 과세 계좌에 두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인컴의 규모와 성격은 사회보장연금의 과세 비율과 메디케어 보험료 구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총액만 맞추는 설계는 세후 결과에서 손실을 낼 수 있다.
인컴 포트폴리오에는 정답 상품이 없다. 각 도구는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대가로 해결하며,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좋은 선택이 된다. 상품을 비교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에 답해 보기를 권한다. 내 필수 지출 중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확정된 인컴으로 덮여 있는 비율은 얼마인가.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 필요할 때 손댈 수 있는 자산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부터 10년, 20년 뒤 물가에 맞춰 늘어날 인컴은 어떤 자산이 만들어 주는가. 이 셋에 답할 수 있다면 이미 설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답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상품을 찾기보다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 먼저다. 은퇴 인컴의 질은 어떤 상품을 골랐느냐보다 각 도구에 어떤 역할을 맡겼느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