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옮긴 후 임금 12.5% 올라 숙박·요식업·운송·창고업 등 고소득층과 상승률 격차 좁혀 AI 대체로 사무직 이직 둔화
이직을 선택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직장을 옮긴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은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인스티튜트가 최근 발표한 고용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직장을 옮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3개월 이동평균 기준 12.5%를 기록했다.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직을 통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받은 근로자는 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레저·숙박·요식업과 운송·창고업, 일부 소매업 등 시간제 근로자였다.
코로나19팬데믹 당시 나타났던 이직자들의 임금 급등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테일러 볼리BofA 인스티튜트 이코노미스트는 “이직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개선되고 시간제 근로자의 직장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과거 크게 벌어졌던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임금 상승률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8월 저소득 가구의 세후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7% 증가한 반면 고소득 가구는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BofA의 별도 분석에서도 젊거나 임금이 낮은 근로자는 기존 직장에 머물 때보다 다른 회사로 옮길 때 임금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고소득 근로자는 현 직장에 남아 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노동시장 전반의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영리 연구기관 루드비히 공유경제번영연구소(LISEP)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약 25%는 실업 상태이거나 원치 않는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거나, 연간 세전 소득이 2만6000달러 미만이었다.
한편 저임금 근로자들의 이직이 활발해지는 것과 달리 사무직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보험·부동산·기술·컨설팅 등의 업종에서는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채용 둔화를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채용은 충분히 늘지 않아 외부의 이직 제안을 받기 어려워졌고, 기존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른바 ‘잡 허깅(job hugg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