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94세 참전용사 울린 한인 학생의 편지…이은지양, 편지 20통 전달

Los Angeles

2026.09.16 22: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친구들 한글 번역해 낭독
이은지양과 한국전 참전용사 렉스 그루버. 이은지양의 한국 친구들이 쓴 편지 20통. [WCAX 방송 캡처]

이은지양과 한국전 참전용사 렉스 그루버. 이은지양의 한국 친구들이 쓴 편지 20통. [WCAX 방송 캡처]

10대 한인 학생이 한국 친구들과 함께 보낸 감사 편지로 94세 미군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잊힌 전쟁’의 기억을 되살린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역방송 WCAX가 1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네브래스카주 엘크혼에 사는 이은지(14)양은 최근 한국전 참전용사 렉스 그루버(94)에게 한국의 옛 학교 친구들이 쓴 감사 편지 20통을 전달했다. 이양은 편지를 일일이 영어로 번역해 그루버씨 앞에서 한 통씩 소리 내 읽었다.
 
그루버씨는 1948년 17세의 나이로 해병대에 입대해 한국전에 참전했다.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일본에서 치료받은 뒤 전선에 복귀했지만, 같은 해 11월 북한 원산에서 다시 총에 맞아 오른쪽 발뒤꿈치뼈가 크게 손상됐다.
 
장진호 전투에서는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부상한 채 10일을 버티며 손발에 동상을 입었다. 당시 총탄 파편 일부는 지금도 그의 발뒤꿈치에 남아 있다.
 
두 차례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그는 1952년 2월 의병 전역했다. 이후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유니언으로 돌아와 더글러스카운티 셰리프국에서 근무했으며 캡틴으로 은퇴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월 오펏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행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양의 아버지인 한국의 이진기 연락장교 대령은 그루버씨에게 태극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양은 한국의 자유와 발전이 참전용사들의 희생 위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국 친구들에게 감사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양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전하는 데 편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 박유현양은 편지에 “숭고한 희생과 용기 덕분에 오늘날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또 다른 친구 효윤양은 “지금의 나보다 한 살 많았을 때 한국 땅을 밟았다고 생각하면 당시의 두려움과 불안이 느껴지는 듯하다”고 썼다.
 
그루버씨는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으로 불렸고 나의 희생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다”며 “누군가 나를 위해 이런 일을 해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