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지난주를 3주 만에 하락한 주로 마무리했다. 2주 연속 하락한 다우지수는 지난주를 26주 만에 최악의 주로 기록했다. 주간 낙폭은 1.6%에 달했다. 지난 6개월간 1% 이상 하락한 주가 없었던 상황이 바뀐 것이다. 반면 3주 만에 하락한 나스닥과 S&P 500의 낙폭은 각각 0.65%와 0.8%에 그쳤다.
지난 칼럼에서 엔비디아의 성적표가 가져올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과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핵심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성적표는 역대급이었고 다음 날 주가는 8.7%나 급등했다. 이후 9월 4일에는 5월 14일 사상 최고치보다 불과 0.7% 낮은 지점까지 올라 신고가 경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정반대였다. 엔비디아는 9월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주 최저치로 후퇴했다.
오라클도 지난 11일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9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수주 잔고는 전망치를 크게 웃돈 6640억 달러에 달했다. 1분기에만 3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AI 클라우드 계약을 확보했고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1% 폭증했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이 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는 다음 날 초반 8.5% 상승분을 반납하고 1.7% 떨어진 채 마감했고 하락세는 15일까지 이어졌다.
엔비디아와 오라클의 실적은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견고함을 확인시켜줬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실적과 전망이 아무리 좋아도 이미 높아진 눈높이를 뛰어넘지 못하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109달러 선을 넘어섰고 국채 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15일 5.04%, 30년물은 5.40%까지 올라 각각 19년 2개월과 19년 3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주 PPI와 CPI 발표를 기점으로 금리 부담이 다시 커지면서 이번 16일 금리 인상 확률은 94.5%까지 튀어올랐고 월가에서는 올해 9월과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AI 실적이 금리 공포를 압도했지만 이제는 역대급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와 오라클마저 시장의 상승세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AI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높아진 금리와 기대치가 그 힘을 제한하기 시작했는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이유다.
여기에 주말 사이 AI 개발 속도 조절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경계심은 커졌다. AI 개발 속도 둔화 우려는 데이터센터 Capex 둔화와 반도체·AI 인프라 기업들의 이익 전망 하향, AI 관련주 밸류에이션 재평가 우려로 이어졌다. 결국 기술주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3대 지수는 14일과 15일 이틀 연속 떨어졌고 최근 7거래일 동안 6일이나 하락했다.
결국 이번 흐름은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약해졌다기보다 AI 성장만으로 시장의 모든 부담을 덮어주던 단계가 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실적 규모뿐 아니라 높아진 기대치를 얼마나 뛰어넘는지,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 금리와 유가 부담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가 주가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AI 랠리가 상승 동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하고 높아진 금리와 기대치를 동시에 넘어서는 증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