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 소방관. 그들이 구급차를 몰며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단한 영웅 서사도, 훈훈한 미담도 아닙니다. 아프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이 매일 겪는 현실일 뿐이죠. 세상엔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소방관의 진솔한 고백을 지금 들어보세요. 더중앙플러스-어느 119구급대원의 고백입니다.
그날 출동한 곳은 원룸 건물이었다.
건물주가 먼저 도착해
공동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놓은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였다.
입구부터 희미하게 풍기던 ‘이상한’ 냄새는
3층 복도에 들어선 순간 진해졌다.
문제의 장소는 20대 남녀가 동거하는 방이었고
몇 달째 월세가 밀렸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날이 풀리면 으레 그런 신고가 들어온다.
잠긴 문 안쪽, 쥐 죽은 듯 고요한 집,
그리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썩은 것도 고약한 것도 아니고
꼭 ‘이상한’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일반인들에겐 익숙지 않은 냄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임종을 지켰을 때
유사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오래된 시신, 부패한 시신의
냄새는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억울한 죽임을 당한 계란이
원혼이 되어 나타난 듯한 냄새랄까.
그 강렬함과 생소함이
사람의 마음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소방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고독사 현장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현장을 떠난 동료들도 여럿 있었다.
분명 저 문을 들어서면
부패한 시신이 우릴 맞이하리라 상상하자
섬찟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구조대원이 전자 도어록 기판과
문 사이에 끌을 집어넣었다.
망치로 내려치다 내려치다
문짝이 넝마가 될 즈음
겨우 기판이 떨어져 나갔다.
집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죽음을 목도하리란 직감에서 오는 초조함,
문짝 교체 비용을 떠올리는 바람에
피어난 절망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기판이 떨어져 나간 구멍에
일자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휘젓자 문이 열렸다.
동시에 작업을 하는 동안
스멀스멀 새어나오기만 하던 냄새가
작정한 양 문 밖으로 쏟아졌다.
코 안쪽이 찡해서 코피가 터질 것 같았다.
쫄지 말자.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다짐하듯 되뇌며 뛰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똥파리들의 무덤이 된 음식물 쓰레기,
수북이 쌓인 개똥과 널브러진 술병들
이곳은 폐허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