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지호(56) 아이스토리 대표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타워팰리스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골칫덩이 미분양 단지였다. IMF 외환위기 직후 분양률이 50%를 밑돌면서 시공사인 삼성 계열사 임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분양 세대를 떠안아야 할 정도였다.
25년 차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김 대표는 “초고층 아파트 선호 현상은 최근에서야 퍼진 유행”이라며
“지금 초고층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고령이 되면 그곳이 집이 아닌 감옥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이가 선망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를 건축 전문가가 뜯어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지호 대표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미래를 보면 한국 부동산 가격의 추이를 내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실내 설계를 전공했다. 김종호 기자
Q : 한국엔 ‘재건축 불패 신화’가 있어서 무조건 아파트를 고집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건 수도권에 용적률이 아직 덜 찼을 때 얘기죠. 예전엔 서울에 5층짜리 주공 아파트가 많았으니까 그걸 15층으로 높이고, 분양권을 팔아서 공사비를 충당하는 게 가능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30~40층짜리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돈을 벌려면 산술적으로 100층까지 높여야 합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법을 바꿔서 용적률을 늘리면 된다’고 반론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통상 용적률이 주거 지역에선 500%, 상업 지구는 1000% 정도 되죠. 그런데 일단 집부터 지어놓는다고 도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게 아닙니다. 도로의 폭과 길이, 주차장, 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받쳐줘야 도시가 돌아가는 거죠.
Q : 아파트 안에서도 ‘로열층’이 나뉠 정도로 고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이론적으로 집에서 녹지나 강·바다 같은 자연경관을 봤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3개월이면 끝납니다. 오래 살다 보면 고층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시설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요. 두 번째는 저층보다 강풍의 영향도 많이 받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습니다. 만약 집에 어린아이나 고령자가 있다면 고층은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Q : 생애 주기에 따라 살기 좋은 집의 기준이 달라지나요?
30대는 일이 제일 중요할 때니까 출퇴근 거리가 최우선 기준이 돼야겠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집이 살기 좋은 집입니다. 4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가족 구성원이 늘기 시작하죠. 그렇다면 부부와 자녀 각자의 공간이 있어야 하니까 이때가 가장 넓은 집, 흔히 말하는 전용면적 84㎡(약 34평)의 ‘국평 아파트’가 필요할 때입니다.
문제는 50대 이후입니다. 이때 꼭 필요한 면적은 10평 내외라고 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나 원룸 살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저는 나이 들면 원룸으로 이사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