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예멘 상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F-15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 추락한 전투기 꼬리 부분에 사우디 표식이 보인다. 후티 측은 해당 전투기가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작전 중 자체 제작한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쟁이 ‘홍해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에 나선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다. 사우디가 탄도미사일 공격까지 감행한 가운데 이집트도 참전 여부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가 후티를 상대로 중국산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둥펑(DF)-15A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며 이란 남부 해안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약 965㎞)다.
사우디는 2014년 후티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하자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했다. 2022년 휴전했지만 이란전쟁으로 4년 만에 다시 충돌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후티는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 요충지를 장악한 데 이어 사우디의 핵심 송유관까지 공격하고 있다. 사샤 브루흐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WSJ에 “사우디가 전략적 균형을 위해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웠다. 정규군의 무기와 조직을 흡수했고 2014년 사나를 장악했다.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드론 전력을 강화했다.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이 지상군까지 투입했지만 후티를 제압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기전 속에서 군사력은 커졌고,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활동 무대를 홍해로 넓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국이 나서지 않자, 사우디는 프랑스·영국 등에 방공 자산 지원을 요청했다. 15일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집트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고 공동 대응에 뜻을 모았다. 후티의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에 이집트 역시 남의 일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그러나 1960년대 북예멘 내전에 지상군을 파병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이집트로선 고민이 깊다. 그렇다고 사우디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사우디는 경제난을 겪는 이집트에 차관 등을 제공해온 핵심 지원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세계 원유시장에 재앙적 수준의 공급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