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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남자의 아내잖아”…700만원 굿판 벌인 내연녀 반전

중앙일보

2026.09.17 13:03 2026.09.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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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 수첩을 펼치고, 수십 년 묵은 기록을 뒤지며 진실의 파편을 모아온 사람들. 〈그것이 알고싶다〉 〈꼬꼬무〉 〈용감한 형사들〉을 만든 최삼호 PD(28년 차)와 장윤정 작가(27년 차)가 함께 이 시리즈를 씁니다. 수십 년의 현장 취재에서 끝내 잊지 못한 사건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을 이제 글로 꺼냅니다. 그들이 꼽은 최악의 사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AI 활용 이미지. 이지상 기자

AI 활용 이미지. 이지상 기자

#1. 소주병 하나, 지문 하나
그날 자정, 회사에서 인사 발표가 있었다. 승진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술집으로 향했다. 부어라 마셔라, 만취 상태로 귀가한 시간이 새벽 4시20분. 아내와 딸이 잠에서 깰까, 안방을 피해 작은 방문을 살며시 연다. 그리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내가 쓰러져 있다.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 버튼을 누른다. 119? 아니다. 112? 역시 아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 헤어졌던 여자였다. 내연녀였다.

“지금 빨리 와줘.”

그녀가 집으로 달려왔고, 두 사람은 아내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독극물 중독. 아내의 몸에서 치사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청산 이온이 검출됐다.
가능성은 두 가지, 자살 혹은 독살이다.

단서는 하나였다. 방에 남겨진 소주병. 그리고 그 병에 찍힌 오른손 엄지 지문 하나.
이상한 건, 엄지 지문의 방향이었다. 지문이 병의 위에서 아래를 향해 있다. 즉, 선 자세에서 병을 집어 들었다는 뜻이다.
지문의 주인은 남편이었다.
경찰이 추궁하자, 남편이 진술했다.
“방문을 열었을 때 아내는 이미 쓰러져 있었어요. 옆에 소주병이 있길래 이걸 마셨나 싶어 들어봤을 뿐입니다.”
자세를 재현해 보니 지문 방향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아내가 스스로 마셨든, 누군가 따라줬든, 그 사람의 지문이 함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병에 남은 지문은 남편 것 하나뿐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닦아낸 것이다.

경찰은 내연녀를 긴급 체포했다.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다.
아파트 CCTV를 확인하니, 아내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사람이 내연녀였다. 그녀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 “소주 서너 잔 같이 마신 게 다예요. 제가 나올 때 그 여자는 분명 살아 있었다고요.” "

그러곤 묘한 말을 덧붙였다.
" “전화 받고 집에 갔을 때 쓰러진 여자 옆에 흰 가루 봉투가 있었어요. 남편한테 물었더니 ‘내가 사둔 청산가리인데 애엄마가 먹은 것 같아. 좀 치워줄래?’라길래 들고나와 버렸어요.” "


(계속)
경찰이 체포하러 간 그때, 내연녀는 춘천의 한 법당에서 숨진 피해자의 혼을 달래는 천도재를 지내고 있었다. 700만원짜리 굿이었다. 왜 굿을 지내느냐고 묻자 그녀는 뜻밖의 답을 꺼냈다.

“내가 사랑한 남자의 아내니까.”

그런데 죽은 아내와 내연녀 사이엔 수상한 거래 내역이 발견됐다.
내연녀의 통장에 3억5000만원이 입금된 것.

서로 미워해야 할 ‘아내와 내연녀’. 두 사람의 관계는 이상하리만큼 깊게 얽혀 있었다. 사건의 전말,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4403


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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