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브로커들이 소비자의 건강·소비·재정 정보 등을 수집·분석해 개인의 ‘평생가치’까지 매긴 뒤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내 체중과 음주량은 물론 앞으로 어떤 자동차를 살지, 의료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까지 기업들이 알고 있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해 ‘평생가치’까지 계산한 뒤 기업에 판매하는 데이터 거래 시장의 실태가 드러났다.
16일 캘매터스와 비영리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 등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브로커들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천 개 항목으로 분석해 기업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데이터 브로커 액시엄(Acxiom)은 전 세계 수십억 명에 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컨슈머리포트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의 소득과 직업, 학력, 거주지부터 온라인 쇼핑과 기부 등 소비 내역까지 기록돼 있었다. 오리건주 주민 한 명의 경우 관련 자료만 58페이지에 달했다.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한 추정치는 더 구체적이다. 액시엄은 자녀의 나이와 성별, 예상 음주량부터 특정 자동차를 구매할 가능성까지 3000개가 넘는 항목을 분석했다. 체질량지수(BMI), 식량 부족을 겪을 가능성, 주치의 보유 여부, 의료비 지불 능력 등 건강·경제 상태도 추정했다.
개인정보는 소비자의 ‘가격표’로도 활용됐다. 액시엄은 소비자가 향후 기업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지를 나타내는 ‘평생가치 점수’를 산출한다. 자동차·주택·건강보험 분야에서는 0~20만 점으로 평가해 점수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한다. 또 다른 업체 엡실론(Epsilon)은 소비자를 소득과 투자 등에 따라 나누고 ‘최고 이익률(Best Profit Margin)’ 등의 등급을 붙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정보는 보험사와 은행, 제약사, 자동차·유통·통신업체 등에 판매된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액시엄의 데이터 구매 업체만 100곳이 넘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소비자를 세분화하고 맞춤형 광고나 금융·보험 상품 등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누구에게 팔리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데이터 브로커들은 공공 기록과 상업용 데이터베이스, 위치·소비 기록 등을 토대로 건강과 재정, 종교 등까지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정보도 다수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논란에 액시엄 측은 “모든 데이터를 윤리적으로 확보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