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두고 논쟁해 왔다. 진화생물학은 대체로 달걀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달걀이 최초의 생명체보다 먼저 존재했다는 뜻은 아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알을 낳지 않는 단순한 생명체였고, 알은 생명체가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만들어 낸 번식 방법이란다. 따라서 생명체와 알 중에서는 생명체가 먼저지만, 닭과 알 중에서는 알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새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물고기와 파충류,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물이 알을 낳았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한 지금도 우리는 두 현상의 선후관계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을 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사용한다. 체중과 수명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정상체중보다 약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나 특정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게 나타난 적이 있다. 이를 흔히 ‘비만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특히 고령자나 중증질환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영양 상태와 근육량이 질병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만 보면 “적당히 살이 찌면 오래 산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체중과 수명의 관계에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역인과관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마른 사람이어서 일찍 사망한 것이 아니라, 암이나 만성질환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체중이 먼저 줄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망을 앞둔 사람들의 체중감소까지 단순히 ‘마른 사람’으로 분류하면 마른 사람의 수명이 짧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것이다.
행복과 웃음의 관계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먼저 행복하고 즐거워야 웃는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억지로라도 웃으면 행복해질 수있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오래전에 어떤 코메디 프로그램의 제목도 ‘웃으면 복이와요’였다. 그렇다면 웃으면 행복해질까.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얼굴 표정이 감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랐다고한다. 억지로 한 번 웃는다고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뢰’와 ‘사랑’도 그렇다. 우리는 상대방이 먼저 믿을 만한 행동을 해야 내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대방도 내가 먼저 믿어 주어야 솔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모두 증거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면 사랑도 신뢰도 시작되지 않는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도 그렇다. 직원은 회사가 충분한 급여와 인정, 승진의 기회를 제공해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주는 직원이 먼저 능력과 성과를 보여야 더 많이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주장 모두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직원이 “보상을 받을 때까지 최소한만 일하겠다”고 하고, 회사는 “성과를 낼 때까지 아무것도 더 주지 않겠다”고 하면 둘의 관계는 악순환에 빠진다. 부족한 보상은 의욕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의욕은 성과를 낮추며, 낮은 성과는 다시 보상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일을 원인과 결과라는 두 개의 상자에 나누어 넣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일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처음의 원인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 그러므로 무엇이 먼저였는지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순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순환은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를 살펴봐야한다. 나쁜 원인이 나쁜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나쁜 결과가 나쁜 원인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잘못을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자신이 먼저 성의를 보여서 자신이 먼저 악순환의 어느 한 지점을 끊어 선순환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해야만 한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