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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나무의 ‘밑동’

Los Angeles

2026.09.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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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있다. 어릴 때는 놀이터가 돼 주고, 성인이 돼서는 사과와 목재를 내주는 나무. 아이가 노인이 돼 찾아왔을 때 나무는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에게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돼 준다.  동화 속에서 나무가 마지막에 내주었던, 뿌리에 가까운 부분을 이르러 흔히 “큰 아름드리나무였는데 지금은 밑둥만 남았다”에서와 같이 ‘밑둥’이라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기로, ‘밑동’이라고 해야 바르다.
 
큰 나무의 밑동을 일컬어 ‘둥치’ 혹은 ‘나무둥치’라 하고, 둥치의 밑부분을 ‘밑둥치’라 하는데, 이러한 낱말에 이끌려 ‘밑둥’이라 쓰는 듯하다. ‘밑둥치’는 ‘밑’과 ‘둥치’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밑둥치’와 ‘밑둥’은 그 형태가 비슷해 보여도 이를 구성하고 있는 낱말이 전혀 다르므로 이처럼 발음에 이끌려 쓰면 안 된다.
 
‘밑동’은 ‘밑’과 ‘동’이 합쳐진 합성어로, “이번 태풍으로 기둥이 밑동까지 뽑혔다”에서와 같이 ‘긴 물건의 맨 아랫동아리’를 가리킬 때뿐 아니라 “배추 밑동을 다듬었다”에서처럼 ‘채소 등 식물의 굵게 살진 뿌리 부분’을 이를 때에도 쓰인다.
 
풀이나 나무들을 베고 남은 아랫동아리를 이르는 말로는 ‘밑동’ 대신 ‘그루터기’를 써도 된다. “소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와 같이 쓰면 된다. 곁에 있는 게 공기처럼 당연해질 때, 우리는 그 고마움을 잊게 된다. 어버이날을 맞아 밑동까지 내주는 나무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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