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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엉터리 영어 개그 몇 마디

Los Angeles

2026.09.1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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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극작가

장소현 시인·극작가

어차피 미국에서 살 팔자라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했다. 그래서, 공부를 해보려고 이리저리 발버둥 쳤지만, 도무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잔머리를 굴리며 한눈을 팔곤 했다. 그러는 동안 얻은 것도 있다. 영어판 꼰대 개그 몇 토막으로 잠시 웃으며 쉬어가자.
 
#분노(anger)에 뭐가 붙으면 위험(danger)해진다.
 
#영어 공부를 아주 게을리하는 학생이 있었다. 자칭타칭 ‘노(No)영어’였다. 그 노영어 학생이 처음 보는 음료가 들어 있는 병을 집어 들더니, 레이블을 쓱 보고는 시원하게 마셨다. 그리고는 바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 병에는 “DANGER”라고 적혀 있었는데, ‘노영어’ 학생은 그걸 “단(Dan)거(Ger)”라고 읽고 맛나게 마셨다는 웃픈 이야기! (이런 걸 전문용어로는 ‘희비극’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옛말에 이르기를 엉터리 지식보다 무식이 차라리 낫다.
 
#미국에서는 SAT 시험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의 ‘노영어’ 학생은 시험 치는 날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왜 안 왔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노영어 군의 대답은 “어, 그거 토요일에 보는 시험 아닌가? 그래서 SAT 시험 아닌가?”
 
#말 나온 김에 노영어 학생의 무용담 몇 가지. 이 친구는 알파벳을 우리말로 읽는 일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예를 들어 cottage=코딱지, mean=미안, soil=S Oil(한국의 석유회사 이름), 일본인 친구에게 배웠다는 aligator=아리가토 등등….
 
#무더운 여름날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Sundae’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감탄해서 한 마디 “야, 미국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순대도 파네!”
 
#텔레비전에 크게 비치는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에 선명하게 빛나는 글자 ‘SON’. 그걸 본 어린 아들의 순진한 질문. “아빠, 그럼 손흥민 선수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도 계속 SON(아들)인 거야?”
 
물론 이런 우스갯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도 많다.
 
#앞길이 막막하고 캄캄해 “No Where”라고 신음하는 영혼에게 띄어쓰기 하나만 살짝 손대서 “Now Here”로 고쳐주면 “지금 여기에” 희망이…. No를 뒤집으면 On이 되고, Impossible을 띄어 읽으면 ‘I’m possible‘이 된다. 아무리 부정적인 것이라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긍정으로 변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 한때 “신(God)이 뒤집어지면 개(Dog)가 된다”는 고약한 풍자가 우리를 사로잡은 적이 있다. 성직자들께서 들으면 기겁을 할 이 문장은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근엄한 선언보다도 한결 현실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명언이었다. 그저 고약한 풍자라고 웃어넘기고 싶지만,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변질된 신(神) 때문에 펼쳐지는 개판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으니….
 
#자고로 한국 사람들의 배짱은 참 대단하다. 콩글리시 하나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영어를 가져다 원어민에게 통하든 말든 마음대로 고쳐 쓰는 콩글리시, 생각보다 콩글리시는 많다. 예를 들어, 노트북, 핸드폰, 파이팅,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펜션, 컨닝, 원피스, 세트메뉴, 더치페이, 셀프, 매너리즘, 아이쇼핑, 비닐하우스, 비닐봉지, 사인, 백미러, 핸들, 오토바이, 카센타, 애프터서비스, 개그맨, 탤런트, 토크 콘서트, 샐러리맨, 인프라, 네티즌, 러브콜, 스킨십, 셀카, 호캉스, 호치키스, 센스, 다이어트, 헬스클럽, 스카치 테이프, 골 세레머니, 리모콘, 이어폰 등등….
 
영어를 자기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현상은 콩클리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흔하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말줄이기‘는 유명하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긴, 이 바쁜 세상에 ’마구도나루도‘라고 또박또박 말할 시간이 아까워서 ’마구도‘로 줄여 말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패스트푸드답게 줄여서 용건만 간단하게!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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