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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서 토론토·밴쿠버까지… 세계 영화제의 계절이 시작됐다

Vancouver

2026.09.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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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형 기자의 한국 Zoom-In]
봉준호·박찬욱이 찾은 제천… 영화의 계절, 토론토·밴쿠버로 이어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항준 감독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항준 감독

 가을은 영화제의 계절이다. 지난 3일 충북 제천에서 막을 올린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8일 막을 내렸다. 이틀 뒤 캐나다에서는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가 시작된다. 이어 10월 1일에는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제천에서 토론토, 다시 밴쿠버까지. 올가을 영화의 시선이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한다.
 
그 시작점에 선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외연을 넓혔다. 45개국 189편의 영화를 선보인 가운데, 기존 국제경쟁을 ‘국제음악영화경쟁’으로 개편하고 장르와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 ‘국제경쟁’을 신설했다. 20년 넘게 지켜온 ‘음악’이라는 정체성 위에 세계 영화로 향하는 문을 넓힌 셈이다.
 
레드카펫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

레드카펫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

박준호 감독의 영화 '3670' 포스터

박준호 감독의 영화 '3670' 포스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봉준호·박찬욱도 만난 ‘영화와 음악’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이 나란히 제천을 찾았다. 이들의 작업을 ‘음악’이라는 제천만의 주제로 풀어낸 점도 눈에 띄었다. 봉준호와 박찬욱이 과거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스크린으로 불러내, 영화감독의 또 다른 음악적 작업을 소개했다.
 
올해 신설된 ‘뮤직스케이프’에서는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즈, 데이비드 핀처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승열의 ‘Secret’,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한영애의 ‘외로운 가로등’이 상영됐다. 영화와 음악의 접점을 뮤직비디오까지 확장한 것이다. 영화음악 경쟁 부문 ‘뮤직인사이트’도 영화 뒤의 음악 창작자를 전면에 세웠다.
 
박찬욱 감독·조영욱 음악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3670〉 등 7편이 본심에 올라 영화 속 음악의 역할과 창작자를 조명했다. 〈3670〉은 지난해 VIFF ‘Spotlight on Korea’ 관객상을 받은 작품으로, 박준호 감독은 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까지 수상했다. 밴쿠버에서 주목받았던 〈3670〉이 제천에서는 영화음악이라는 또 다른 시선으로 관객을 만난 셈이다. 익숙한 감독과 작품을 ‘음악’이라는 다른 각도에서 다시 발견하게 한 것도 올해 제천의 특징이었다.
원 썸머 나잇

원 썸머 나잇

음악이 넓힌 영화제의 문턱
 
오랫동안 영화제의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원 썸머 나잇’은 올해도 K팝과 인디, 밴드, DJ 등 다양한 장르로 관객을 끌어모았다. 영화 밖의 대중까지 축제로 불러들이는 제천의 대표적인 창구다.
 
반대로 익숙한 음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음악과 창작자를 발견하게 하는 무대도 있었다. ‘RE:SCORE 경계를 넘은 음악 〈정성조〉’는 한국 재즈와 영화음악의 지평을 넓힌 고 정성조의 업적을 재조명했고, 그의 아들 정중화와 장필순, 그리고 조째즈가 참여해 음악적 유산을 오늘의 관객과 연결했다. 뮤지컬계에서 탄탄한 팬층을 가진 김문정 음악감독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또 다른 관객층을 영화제로 불러들였다.
 
영화와 K팝, 재즈, 뮤지컬처럼 각기 다른 영역의 대중성이 제천에서 만난 셈이다. 세계적인 감독이 영화제의 국제적 시선을 넓힌다면 대중음악과 공연은 영화제의 문턱을 낮춘다. 서로 다른 분야가 가진 영향력을 하나의 축제 안에서 연결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제천이 20년 넘게 지켜온 ‘음악’이라는 정체성이 있었다.
VIFF 프로그래밍 디렉터 커티스 월로스척(Curtis Woloschuk)

VIFF 프로그래밍 디렉터 커티스 월로스척(Curtis Woloschuk)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영화도 달라졌다
 
제천의 변화는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과도 맞닿아 있다. 봉준호와 박찬욱을 넘어 다양한 한국 감독과 작품이 세계 영화제에서 꾸준히 소개되면서 한국영화의 존재감도 한층 넓어졌다.
 
최근 밴쿠버국제영화제(VIFF) 프레스 브리핑에서 만난 커티스 월로스척(Curtis Woloschuk) 프로그래밍 디렉터는 “한국영화는 수십 년간 VIFF의 중요한 축이었다”며 “한국과 캐나다 영화산업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지만 한국 영화인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캐나다 영화산업 역시 한국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가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사회·경제적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으며, 앞으로도 한국영화와 영화인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영화의 세계적 성장은 결국 작품 몇 편의 성공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20년 넘게 ‘영화와 음악’의 접점을 만들어온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역할도 작지 않다. 세계 관객에게 한국영화뿐 아니라 그 안의 음악과 창작자까지 발견하게 하며, 한국 영화문화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한국 문화원 TIFF 'All About K-Culture & Travel' 프로그램 포스터

캐나다 한국 문화원 TIFF 'All About K-Culture & Travel' 프로그램 포스터

제천 다음은 토론토… 한국영화 6편 초청
 
제천에서 막을 내린 영화의 계절은 곧바로 북미로 이어진다.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51회 TIFF에는 한국 감독의 신작 6편이 공식 초청됐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비롯해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 윤단비 감독의 〈첫세계〉,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토론토 관객을 만난다.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영화를 알려온 감독부터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까지 한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를 향한 관심은 상영관 밖으로도 확장된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는 TIFF 기간인 10일부터 13일까지 TIFF Lightbox 앞에서 ‘All About K-Culture & Travel’을 열어 한국 문화와 관광을 현지 관객에게 소개한다.
 
12일에는 토론토대와 함께 이창동 감독의 〈버닝〉 특별 상영회도 연다. 이 감독의 신작이 TIFF에 초청된 것을 계기로 2018년 칸 경쟁부문과 TIFF를 거쳤던 전작을 다시 꺼내 보는 자리다.
VIFF 2026 포스터

VIFF 2026 포스터

 
VIFF 상영관

VIFF 상영관

10월에는 밴쿠버… 거장부터 새로운 얼굴까지
 
한국영화의 발걸음은 10월 밴쿠버로 이어진다.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45회 VIFF에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과 홍상수 감독의 〈Nowhere to Lay My Eyes〉를 비롯해 월드 프리미어 〈The Quiet Applause〉,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선희이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거장부터 새로운 창작자까지 한국영화의 넓어진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밴쿠버에서도 영화와 음악의 만남은 이어진다. VIFF는 ‘Amp Music in Media Summit’과 ‘VIFF Live’를 통해 영화음악과 라이브 공연, 창작자를 연결한다. 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영화제가 스크린을 넘어 음악과 공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흐름은 ‘음악’을 20년 넘게 정체성으로 삼아온 제천을 다시 보게 한다.
 
8일 제천에서 막을 내린 영화의 계절은 이제 토론토를 거쳐 밴쿠버로 향한다. 세계적인 거장부터 새로운 감독까지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제천에서 토론토, 그리고 밴쿠버까지. 세계가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지금, 20년 넘게 ‘음악’이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제천 역시 더 주목해볼 만한 이름이다.
 
 
 

제천=밴쿠버 중앙일보 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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