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과 같다. 공장이 가동되면 폐수와 매연이 나오듯, 뇌에서도 끊임없이 노폐물이 생긴다. 제때 배출되지 않으면 뇌 안에 끈적한 찌꺼기로 쌓인다. 하지만 이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구’가 어디인지는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장(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이 마침내 그 실체를 찾아내고, 막힌 뇌의 하수구를 청소하는 방법까지 밝혀냈다.
AI로 생성한 일러스트 이미지.
우리의 뇌는 두개골이라는 단단한 뼈 안에 갇혀 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 물의 정체는 바로 ‘뇌척수액’이다. 양은 약 150ml. 종이컵으로 한 컵도 채 되지 않는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 적은 양의 액체가 뇌 건강의 핵심을 쥐고 있다.
뇌척수액은 뇌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동시에 뇌세포에서 쏟아져 나온 노폐물을 받아내는 ‘세척액’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빨래를 할 때 물에 때가 녹아 나오듯, 뇌의 노폐물은 이 뇌척수액으로 녹아 나온다. 고규영 교수는 “노폐물 중 치매 유발 물질이 상당히 들어 있다”며 “이를 배출하는 걸 ‘뇌 청소’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청소가 안되면서 노폐물이 뇌에 축적돼 치매를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더러워진 물은 어디로 갈까.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뇌의 노폐물이 주로 정맥으로 빠져나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는 이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뇌척수액에 녹아든 노폐물의 배출 경로를 추적한 결과, 혈액으로 배출되는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70%라는 압도적인 양은 전혀 다른 통로, 바로 ‘림프관’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림프관은 우리 몸의 하수도와 같다. 과거 해부학 교과서에는 “뇌에는 림프관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이 정설이 깨진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뇌막에도 림프관이 존재하며, 이것이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주된 통로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즉 림프관이 막히면 뇌는 쓰레기장으로 변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뇌의 림프관 역시 노화하면서 엉켜 노폐물 배출 속도도 떨어진다. 당연히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뇌에 쌓여간다. 고규영 교수는 “나이 든 생쥐는 젊은 생쥐에 비해 뇌막의 림프관이 많이 퇴화돼 있었다”며 “하지만 물리적 자극을 통해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장. 중앙포토
그렇다면 이 중요한 림프관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주된 경로는 두개골 바로 아래와 목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림프관이었다. 하지만 고규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또 하나의 놀라운 ‘비밀 통로’를 찾아냈다.
얼굴의 이 부위에 뇌의 노폐물을 빼내는 거대한 배수관이 숨겨져 있는 것.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뇌 깊숙한 곳이나 목 안쪽 깊은 곳은 우리가 손을 댈 수 없지만, 얼굴은 우리가 직접 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