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 32% 의료비 채무 2000불 이상 연체 46% 달해 3명 중 1명은 치료 연기·포기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지는 미국인이 급증하면서 의료비 부담이 가계의 새로운 재정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보건재단 ‘커먼웰스펀드’가 최근 발표한 ‘2025 의료비 부담 조사’에 따르면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한 근로 연령층 성인의 32%가 병원비나 의료 관련 부채를 한꺼번에 갚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5년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9~64세 성인 63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직장보험이나 오바마케어(ACA), 개인보험 등을 12개월 연속 유지한 4121명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현재 민간보험 가입 성인은 약 1억1520만명으로 알려졌다.
지역과 계층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특히 저·중소득층의 의료 빚 보유율은 38%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여성은 37%, 흑인은 41%, 히스패닉은 38%였으며 남부지역 거주자는 39%에 달했다. 아태계는 20%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험이 있다고 해서 의료비 부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채 규모도 상당했다. 의료 빚을 갚고 있는 사람 가운데 46%는 미납 의료비가 2000달러 이상이었다. 전체 민간보험 가입 근로연령층으로 확대하면 약 15%가 2000달러 이상의 의료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료 빚의 가장 큰 원인은 병원이었다. 부채 보유자의 64%가 입원이나 외래 진료, 응급실 등 병원 서비스를 의료 빚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반 의사 진료도 43%, 검사실 및 진단검사가 38%, 치과 진료가 25%를 차지했다. 의료 빚 보유자 10명 중 4명은 만성질환이나 지속적인 치료 과정에서 빚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에 대한 대응 능력도 취약했다. 갑작스럽게 1000달러의 의료비가 발생했을 경우 30일 이내에 낼 수 없다고 답한 민간보험 가입자가 36%에 달했다. 연방빈곤선 200% 미만 저소득층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의료 빚은 단순히 가계부채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미납 의료비가 있는 사람의 68%는 걱정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37%는 의료비를 내기 위해 저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했다. 30%는 추가 비용이 두려워 필요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했고, 같은 비율이 식료품·난방비·렌트 등 기본생활비를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