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 소방관. 그들이 구급차를 몰며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단한 영웅 서사도, 훈훈한 미담도 아닙니다. 아프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이 매일 겪는 현실일 뿐이죠. 세상엔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소방관의 진솔한 고백을 지금 들어보세요. 더중앙플러스-어느 119구급대원의 고백입니다.
중앙포토
" 엄마가 사라졌어요. "
다급하고 황망한 목소리였다.
시골집에 홀로 살고 있던 엄마가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출동 후 만난 딸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딸은 매일 눈 뜨자마자
혼자 사는 엄마에게 전화하는데
이날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딸은 곧장 차를 몰아
한 시간 거리의 시골집을 찾았다.
집 안엔 아무도 없었다.
뒤꼍의 백구가 사는 개집까지 텅 비었다.
산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실족했을까 싶어
집 주변을 뒤지는 동안 눈이 쏟아졌다.
눈이 세상의 윤곽을 지우고
엄마의 하얗게 센 머리칼마저
지워버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통화하신 게 언제라고 했죠?”
딸에게 물었다.
“어제 아침이요.”
“치매가 있으신가요.”
“네. 그렇긴 한데,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직 초기고….”
맥이 빠졌다.
치매가 갑자기 악화하는 경우는 흔했다.
하루 전만 해도 멀쩡히 얘기했는데
돌연 말을 못 한다거나,
매일 오가던 길을 기억 못 해
시장통에서 헤맨다거나,
자식들에게 밥 먹고 가라고 한 뒤
압력솥에 생마늘을 찐다거나.
구급차를 타며 경험한 것만도 여럿이었다.
어제 아침에 마지막 통화를 했다면
노인은 24시간이 넘도록
바깥에 나와 있는 건지도 몰랐다.
너무 덥거나 추운 날 실종된
치매 노인들의 최후는 대개 비슷했다. 열기를 못 이겨 죽거나, 얼어 죽었다.
노인은 평소 보행보조기를 끌고 다녔다.
겨우 집 가까이 텃밭이나 일구는 게
해를 맞으며 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그럼, 멀리는 못 가셨겠는데?
머릿속에 어떤 직감이 번뜩였다.
마당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마다 문을 열고, 화장실 문을 열고,
창고 문까지 열어 안쪽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