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아버지 111세 미라 됐는데…‘백골 연금’ 30년 타간 자식 실체

중앙일보

2026.09.18 01:26 2026.09.18 01: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룬 채 부모 대신 요리·운전·심부름 등 집안일을 하고, 그 대가로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는 이들은 자신을 전업(專業)자녀라고 칭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엔 전업자녀 브이로그가 쏟아지고, 댓글엔 공감과 격려, 따끔한 조언도 넘쳐난다. 이들은 “전업자녀가 어둠 속 히키코모리와 다르다”며 규칙적인 생활 노하우, 전업자녀 생활수칙, 자기계발 노력 등을 낱낱이 공개하기도 한다. 일부는 자신을 ‘홈프로텍터’ ‘자택경비원’이라고 부르며 자조 섞인 유머로 처지를 풀어내기도 한다.

인구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중앙일보 ‘VOICE’ 시리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구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중앙일보 ‘VOICE’ 시리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업자녀는 그들이 가장 잘 살기 위한 방식을 선택한 결과죠.”
인구경제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는 “전업자녀를 향해 일방적인 질타나 비난을 해선 안 된다”며 “전업자녀를 택한 게 모두 현실도피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왜 이런 주장을 펴게 됐을까.


Q : 전업자녀란 무엇인가.
A : 일반적으로 자녀는 특정 연령이 됐을 때 독립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하지만 최근 그 경로를 벗어난 자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가정 경제 안에서 가사 등 일정한 형태의 일을 전업으로 맡는다. 독립·분가하는 자녀와 대비되는 개념인 전업자녀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Q : 쉽게 말하면 캥거루족 아닌가.
A : 캥거루족이 부모의 자산·시간·유무형의 기여를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퇴행적인 의미라면, 전업자녀는 말 그대로 업(業)으로서 가정경제 내 부모와 분업 구조를 완성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계약관계 혹은 배려·양해 관계로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으며 새로운 가족분화모델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캥거루족과 차이가 있다.
그래픽 조은재

그래픽 조은재


Q : 왜 이런 선택을 한다고 보나.
A : 가장 큰 이유는 환경 악화다. 독립·분가의 중요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은 일자리와 집이다. 하지만 요즘엔 안정적인 일자리를 쉽게 얻기 힘들고, 서울·수도권에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런 어려움이 독립·분가 본능을 가로막고, 그 욕구를 서서히 포기하게 한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가치관 변화다.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삶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을 통해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유무형의 자신감을 갖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Q : 전업자녀는 선택일까. 현실도피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A : 전업자녀는 그들이 가장 잘 살기 위한 방식을 선택한 결과다. 질타나 일방적 비난보다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시환경 변화와 그 선택의 결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선택이 반드시 현실도피라고 볼 수도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효용을 높이고 새로운 삶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일 수도 있다.

전 교수는 “전업자녀의 출현이 당장은 과도기적 현상이지만, 단기간에 사라질 현상은 아니고 중장기적으로는 가속화되는 취업난 속에서 또 하나의 경제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일정 부분 새로운 가족 모형으로 안착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부모는 자녀의 경제적 숨통을 트여주고, 자녀는 부모 돌봄에 기여하고. 전업자녀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새로운 가족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계속)

“111세 미라 시신, 알고 보니 30년 전 숨진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사망을 숨긴 채 ‘백골 연금’을 받아간 자식 사건. 전 교수는 이 충격적인 일화을 꺼내며 전업자녀의 극단적인 미래를 경고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적으로 ‘부모 찬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뜻밖의 이유,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2709

김태호.조은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