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은 잘 숨겼고, 만듦새는 미려하다. 그리고 비싸다. 18일 국내에 처음 공개된 애플의 첫 접이식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에 대한 총평이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선보인 이후 19년간 화면을 접지 않는 바(Bar)형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이를 깨고 좌우로 접는 여권형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지 7년 만이다.
아이폰 듀오를 접었을 때의 5.4인치 외부 화면(왼쪽)과 펼쳤을 때의 7.6인치 내부 화면. 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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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라, 주름 보일라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7.6인치 내부 화면이었다. 기존 아이폰의 반짝이는 유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무광에 가까웠고, 손가락으로 쓸면 종이를 만지는 듯한 감촉이 났다. 화면 표면의 미세한 구조로 빛을 분산해 반사를 줄이는 ‘나노 텍스처’를 적용한 결과다.
아이폰 듀오의 내부 화면에 적용된 ‘나노 텍스처’는 빛 반사를 줄여 가운데 주름이 눈에 덜 띄도록 했다. 김인경 기자
아이폰 듀오 내부 화면에는 렌즈를 픽셀 아래 숨긴 화상통화용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가 적용됐다. 오른쪽 화면 상단에 희미하게 보이는 원형 부분이 카메라 위치다. 김인경 기자
현장에서는 아이폰 듀오에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어, 전원을 꺼야 완전히 검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화면을 끄자 나노 텍스처에 가려졌던 가운데 주름이 드러났다. 김인경 기자
기기를 접으면 5.4인치 외부 화면을 쓰는 여권 형태가 됐다. 화면 면적은 아이폰18 프로의 약 90%로, 가로 폭은 넓었지만 한 손에 쥐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경첩은 부드럽게 움직였고 닫을 때는 양쪽 화면이 ‘착’ 하고 단단히 맞물렸다. 애플은 접었을 때 맞닿는 양쪽 화면 테두리에 자석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애플은 넷플릭스가 아이폰 듀오에 맞춰 적용한 화면 효과도 선보였다. 비 내리는 장면의 콘텐트 섬네일에는 빗물이 고였고, 기기를 기울이자 물이 그 방향으로 흘러내렸다. 기기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화면에 입체감을 더한 효과다. 외부 화면에서 넷플릭스를 보다 기기를 펼치자 영상이 끊김 없이 7.6인치 화면으로 이어졌다. 앱 연속 기능은 기존 폴더블폰에도 있지만, 애플은 ‘전환 효과’에 특히 공을 들였다. 경첩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고, 배경화면은 접히는 면을 지나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듯 움직였다. 현장에서 애플은 내·외부 화면비를 동일하게 맞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부 화면에는 화상통화용 화면 아래 카메라(UDC)를 넣었다. 카메라 위에도 화면을 표시해 렌즈는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일반 전면 카메라보다 사양이 떨어진다. 애플은 UDC가 화상통화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Z폴드3부터 Z폴드6까지 UDC를 적용했으나 화질이 약점으로 지적됐고, Z폴드7부터는 다시 카메라 구멍이 보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일본 정보기술(IT) 매체 ‘케타이 워치’는 아이폰 듀오를 두고 “애플은 아토다시 잔켄(後出しじゃんけん·상대가 낸 패를 보고 뒤늦게 내는 가위바위보)을 정말 잘한다”고 호평했다. 기존 폴더블폰의 장단점을 충분히 지켜본 뒤, 후발주자의 이점을 활용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아이폰 듀오를 펼치는 동안 화면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가 내부 화면 크기에 맞춰 다시 선명해진다. 직접 체험해보니 화면 전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매끄러웠다. 김인경 기자
아이폰 듀오를 반쯤 접어 세워두면 화면에 시계를 띄워 탁상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품 공개 뒤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활용법이다. 김인경 기자
아이폰 듀오를 반쯤 접은 채 게임을 실행한 모습. 휴대용 게임기처럼 보인다. 김인경 기자
펼친 화면에서는 앱을 길게 눌러 끌어다 놓으면 두 앱을 나란히 띄울 수 있었다. 기기를 닫으면 마지막으로 사용한 앱이 외부 화면에 뜬다. 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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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도, 가격도 묵직...지각했어도 못 푼 숙제
늦게 출발했다고 기존 폴더블폰의 약점을 모두 지운 것은 아니다. 갤럭시 Z폴드8과 비교하면 무게와 두께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두 제품 내부 화면은 모두 7.6인치지만 아이폰 듀오는 254g으로 Z폴드8보다 53g 무겁다. 접었을 때 두께도 11.3㎜로 1.6㎜ 더 두껍다. 주머니에 넣었더니 옷이 처졌고, 일반 아이폰과 번갈아 들자 다소 묵직하게 느껴졌다. 짧은 체험에서는 감당할 만했지만 한 손으로 오래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무게다. 배터리는 외부 화면으로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 최대 44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멀티태스킹도 Z폴드8보다 아쉬웠다. 아이폰 듀오는 두 앱을 1대1로만 나눠 띄울 수 있고 경계선도 고정돼 있다. 반면 Z폴드8은 최대 세가지 앱을 동시에 띄우고 화면 비율도 조절할 수 있다. 페이스ID 대신 측면 터치ID를 택했고, 후면에는 4800만 화소 광각·초광각 카메라만 넣어 별도의 망원 카메라도 빠졌다. IP68 방수·방진은 Z폴드8보다 앞선다.
아이폰 듀오 내부 화면에는 렌즈를 픽셀 아래 숨긴 화상통화용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가 적용됐다. 오른쪽 화면 상단에 희미하게 보이는 원형 부분이 카메라 위치다. 김인경 기자
아이폰 듀오는 접었을 때 두께가 11.3㎜, 무게는 254g이다. 김인경 기자
기기를 펼친 채 후면 카메라로 촬영하면 촬영자는 내부 화면을 보고, 피사체는 외부 화면으로 자신의 표정과 구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듀오 프리뷰’라고 이름 붙였다. 김인경 기자
‘사악한 가격’은 가장 높은 장벽이다.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329만원부터 시작해 2TB 모델은 509만원에 이른다. Z폴드8의 시작 가격 227만8100원보다 약 101만원 비싸다. 장기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은 애플의 첫 폴더블 폰에 329만원을 내고 사실상 ‘베타 테스터’가 될지는 고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