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채(71) 서울대 소화기내과 명예교수.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40년 가까이 환자를 진료해온 소화기내과 권위자다. 수많은 의사를 길러냈고, 의료계 안팎에서 존경받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놓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
정현채 소화기내과 명예교수가 암 극복 비결 및 죽음학에 관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스무 살 무렵 깊은 절망을 겪은 그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삶의 무게와 씨름했다. 의사가 된 뒤에도 마음속 그늘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전공의 시절에는 자신이 맡던 환자가 사망하자, 모든 게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깊은 절망을 품고 살아가던 어느 날, 아내가 사준 『사후생』이라는 책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세계적인 죽음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책이었다.
정 교수가 의대에서 배운 현대 의학의 전제는 분명했다. 육체가 죽으면 존재도 소멸한다는 것. 하지만 책으로 처음 접한 죽음학은 그가 평생 당연하다고 믿어온 세계를 뒤흔들었다.
" 육체는 사라져도 의식은 계속된다는 거예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삶으로의 이동일 뿐인 거죠. "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음을 연구한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들은 예상 밖이었다. 그들은 ‘실제 사례와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교수는 죽음학 연구에 매진했다. 800회 넘는 대중 강연을 진행했고, 온라인에서 ‘죽음학 카페’를 운영하며 다수의 사례를 접했다. 근사 체험을 비롯해 삶의 종말 체험, 사후 통신 등 죽다 살아났거나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이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망 판정을 받고 20분 뒤에 기사회생한 할머니가 잠시 죽었던 사이 유체 이탈했다는 것. 그때 자신이 본 풍경까지 설명해줬다.
정 교수는 믿지 못할 또다른 사례를 들려줬다.
한국인 의사가 미국 병원에서 일하던 때였다. 평소 동양인을 무시하던 외과 의사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졌다.
다른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중단했지만, 한국인 의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홀로 20분 넘게 심장 마사지를 이어간 끝에 쓰러진 의사를 극적으로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