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포뮬러원(F1) 경주에 앞서 드라이버가 레고 블록으로 만든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 갖고 놀던, 올록볼록한 모양의 플라스틱 블록. 때로는 집과 경찰서, 때로는 비행기와 인형이 되었던 레고가 이제는 포뮬러1(F1) 경주차와 스타워즈 우주선, K팝 캐릭터로 진화했다. ‘키덜트(Kidult, 어린이의 취미를 가진 성인)’의 지갑을 훔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고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419억 덴마크크로네(약 9조5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순이익은 86억 크로네(약 1조8500억원)로 같은 기간 32% 늘었다. 자동차를 레고로 구현한 ‘스피드 챔피언스’, 식물을 만드는 ‘보태니컬스’, 정교한 ‘테크닉’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레고 측은 “글로벌 완구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 점유율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비결은 성인 고객까지 노린 제품군의 확장이다. 블록을 유지하되 시대가 선호하는 콘텐트를 쌓아 올리는 식이다. 특히 인기 있는 지식재산권(IP)과 협업에 적극적이었다. F1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포켓몬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까지 끌어들였다. 움직임에 반응하거나 소리와 빛을 내는 ‘레고 스마트 플레이’도 선보였다.
레고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32년 덴마크의 작은 목공소에서 출발한 레고는 1958년 현재 형태의 블록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완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2004년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이후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대표 제품군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위기를 수습한 뒤로 키덜트를 위한 제품군과 체험 매장, 온라인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최근 레고는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소비자 접점을 늘려 현재 110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덴마크에 글로벌 제조혁신센터를 열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는 신규 공장과 지역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 최고경영자(CEO)는 과잉 투자 우려에 대해 “과거 일어난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보험”이라며 “적절한 속도로 투자하지 않으면 언젠가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