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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회칼 15번 박혔다…25억 대표의 참혹한 죽음

중앙일보

2026.09.18 14:00 2026.09.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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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테랑-끝까지 잡는다
“전국 베테랑 형사들이 직접 꺼낸 단 하나의 ‘크라임 신’”

중앙일보와 경찰청이 협업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장면을 베테랑 형사들의 시선으로 기록합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형사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순도 100% 진짜 사건. 작은 티끌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베테랑들의 집념과 생생한 추적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 기사는 김흥남 형사의 구술을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업체명은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오전 1시35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남자가 어두운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가슴과 옆구리, 허벅지에서는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몸을 파고든 흉기는 25㎝ 길이의 회칼. 칼날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뽑혔다가 다시 꽂히기를 거듭했고, 남자의 몸에는 모두 15개의 자상이 남았다.

남자의 걸음 걸음마다 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영하의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피는 곧장 끈적하게 굳었다. 등 뒤로 발소리가 따라붙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희망마저 다 몸 밖으로 빠져나간 듯, 남자의 몸이 풀썩 꺾였다. 그리고 다신 움직이지 않았다. 입김마저 얼어붙는 새벽. 뒤이은 발소리들도 어둠 속으로 흩어졌고, 골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고요에 휩싸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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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분 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는 멀쩡하게 택시 안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곧 술에 젖은 걸음으로 차도를 건너, 빛이 끊기는 지점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 발소리가 이어졌다. 호텔의 불빛까지, 걸어서 1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피해자의 이름은 김현필. 축산폐수를 24시간 안에 맑은 물로 바꾸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알려진 환경 벤처기업 ㈜코에프의 대표이사였다. 회사가 끌어모은 투자금만 25억원. 누가, 왜 촉망받던 벤처기업 대표를 이토록 잔혹하게 살해했을까.

범행 현장 건너편 역삼파출소에 곧바로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형사과장의 지휘 아래 30~40명이 투입됐다. 현장에선 범인의 목적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 발견됐다. 김 대표의 주머니에 지갑이 그대로 있었고, 지갑 속 신용카드도 사라지지 않았다. 15차례나 칼을 휘둘러 피해자를 무력화하고도 금품에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강도가 아니라면 표적은 처음부터 김 대표였을 가능성이 컸다. 수사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와 이해관계가 얽힌 회사 내부로 향했다. 형사들은 관계자들의 통화 기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김 형사가 맡은 인물은 영업차장 유태진(37)이었다. 그는 술자리와 거래처 응대를 가리지 않고 뛰며 회사 영업을 책임져온 인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 “유 차장님요? 열심히 했죠. 술이면 술, 응대면 응대. 영업을 그렇게 절박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무슨, 마지막 기회를 받은 사람처럼.” "

회사가 잘돼야 자신도 살 수 있는 사람. 얼핏 범행과는 가장 멀어 보였다.
김 형사는 차근차근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유 차장의 통화 내역 6개월치를 뽑았다. 무려 1만 건이 넘었다. 상대방을 하나하나 확인했지만 대부분 평범한 거래처였다. 의심할 만한 발신자도, 수상한 수신자도 없었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자료를 덮으려던 순간, 김 형사의 손이 멈췄다.

(계속)

“이상하네. 없잖아.”

단서가 없는 게 아니었다. 바로 그 ‘없음’이 단서였다.
유태진의 일상은 사건 두 달 전부터 묘하게 틀어져 있었다.

25㎝ 회칼에 15차례 찔려 참혹하게 숨진 벤처기업 대표. 그의 마지막 밤, 강남 한복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0378

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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