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중반 유럽의 가정 저녁 식탁에서는 신대륙으로의 이주 문제가 화제로 등장했다. 가족회의에서 모험을 해서라도 기회의 땅이 될지 모르는 곳으로 건너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신대륙이란 지금의 아메리카를 말하는데 당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가려면 범선을 타고 편서풍을 받으며 조류를 따라서 약 한 달 정도 가야 했다. 그 사이 질병과 음식물 공급, 열악한 선내에서의 생활, 태풍과 해적으로부터의 위협을 견디며 노인과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항해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무사히 도착했다 하더라도 풍토병과 적대적인 원주민의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이주자 열 명 중 한 명 정도 생존했으나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위험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신대륙에 간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했다.
지금 우리는 그런 회의를 다시 하려는 참이다. 이번에는 목적지가 화성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을 논하는 형편이지만, 달이나 화성 같은 지구 밖 천체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우선 비용도 엄청나게 들지만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많아서 21세기 첨단 과학을 총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상상 단계의 수준이다.
얼마 전에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4명의 우주 비행사가 달 궤도에 갔다 왔는데 달의 뒷면을 맨눈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성과도 있었다. 많은 천체가 그렇듯이 달도 지구에 조석 고정이 되어 있어서 우리는 달의 한쪽 면만 보았지만, 이번에는 맨눈으로 달 뒷면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조석 고정이 된 달 뒷면에서는 달에 가려서 지구와 연락이 끊기므로 이번에도 달 뒷면을 궤도 비행하는 40여 분 동안 지구와 교신이 끊겼다. 2024년에 달 뒷면에 착륙했던 중국의 창어 4호는 이미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위성이 중계하여 지구와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했다.
달까지는 빛이 1초가 조금 더 걸리므로 전파 지연을 무시할 수 있는 정도지만, 화성까지는 평균 15분 정도의 통신 시차가 생기거나 아예 통신 두절이 생기기도 하므로 화성 탐사는 자율 비행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지만 화성의 약한 대기는 착륙선이 진입할 때 대기와의 마찰로 고온의 열이 발생한다. 게다가 달의 인력은 지구의 1/6 정도 돼서 착륙선이 다시 이륙하기가 쉽지만, 화성은 지구 인력의 1/3 정도 되므로 그런 중력을 이기고 이륙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유인 화성 탐사는 유인 달 탐사에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숨 쉴 공기와 음식, 그리고 물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지구와 다른 중력에 오래 지내다 보면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으므로 해로운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모든 건축 자재를 운반할 수 없으므로 화성에서 자급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화성으로의 이주는 돛단배를 타고 대서양을 항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먼 미래의 어느 날, 이미 여러 천체에 둥지를 튼 인류는 화성 탐사를 계획할 때의 얘기를 마치 얼마 전 우리가 신대륙으로 향했던 것처럼 할 것이다.
이미 반세기 전에 다녀온 달에 다시 가는데 이토록 더딘 이유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달이 아니라 화성이기 때문이다. 화성에 거주할 인류를 보내기 위해서 달을 그 전초 기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중이어서 그렇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