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초·중등 대안교육기관인 A학교는 2018년 현재 건물에 자리를 잡아 운영해왔다. 당시 건축법에는 ‘대안교육기관’에 맞는 별도의 건축물 용도가 없어 건물 일부를 노유자(老幼者)시설 등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후 별문제 없던 학교 운영은 4년 뒤 민원이 제기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관할 지자체는 건축물 허가 용도인 노유자시설·근린생활시설과 달리 실제로는 대안학교로 운영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학교 측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교육청에 정식 등록한 기관이라는 점 등을 들어 행정소송을 냈지만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9000만원 가까운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이런 일이 생긴 데는 법과 현실의 엇박자가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제정된 ‘대안교육기관법’은 이듬해 1월 시행됐다. 법적 지위가 불안정했던 대안교육기관을 일정한 시설·설비 등을 갖춰 교육청에 등록하도록 해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건축법에는 대안교육기관이 어떤 용도의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안교육기관이 사용하는 건축물의 용도도 제각각이다. 정부가 2024년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안교육기관이 사용하는 369개 건축물 가운데 41%는 근린생활시설이었다. 이어 교육연구시설이 20%, 단독·공동주택이 17%로 뒤를 이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모습. 뉴스1
정부는 뒤늦게 이 같은 제도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교육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각각 대안교육기관법 시행령과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초 입법예고 절차를 마쳤다. 대안교육기관을 입지와 시설 특성에 따라 ‘가정형’과 ‘일반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이 사용할 수 있는 건축물 용도를 명확히 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대안교육기관의 91%가량이 현재 사용 중인 건물에서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기준에 맞지 않는 나머지 기관에는 용도변경이나 이전 등을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컨설팅도 지원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진 경기도교육청
입법예고 과정에서는 그동안 불명확했던 건축물 용도를 명확히 한다는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소규모 대안교육기관의 이전·리모델링 비용 부담’을 우려하거나 ‘숲이나 야외공간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교육 형태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다만 법령이 실제 시행되기 전까지 현장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현행 건축법에 맞춰 건축물 용도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민원이 제기되면 지자체 판단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경기도의 한 대안교육기관은 최근 관할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을 예고하는 공문을 받았다.
또 시설을 옮기거나 용도를 바꿔야 하는 대안교육기관에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안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학교 운영비 상당 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화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교사는 지난 5일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에서 열린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교육포럼에서 “국내 발도르프학교들이 대안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해 학부모들이 재정 부담을 거의 전적으로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