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의 폐리조트에 진행되는 '밤에 나타나는 것, 그것은 나타나는 밤' 전시. [사진 비움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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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전시
한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학여행 버스와 관광객들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강원 속초시 설악동. 현재는 텅 빈 폐건물들로 지역의 쇠락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런 설악동의 폐리조트가 이번 가을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색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다.
바움아트스페이스와 오브오브젝트는 오는 2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설악동 폐리조트에서 야간 전시 ‘밤에 나타나는 것, 그것은 나타나는 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해가 진 뒤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열린다.
관람객은 먼저 건물 밖에서 어둠 속 폐리조트와 창문을 통해 새어 나오는 빛을 바라본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후 어두운 복도와 방에 설치된 작품을 직접 이동하며 감상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첫 번째 밤’과 ‘두 번째 밤’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밤은 이달 초 두 차례 주말 동안 진행됐다. 참여 작가들이 폐리조트에 머물며 생활하고 작업하는 모습을 관람객이 건물 밖에서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관람객은 건물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불이 켜진 창문과 내부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바라보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강원 속초시 설악동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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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에 따라 달라지는 폐리조트
21일부터 열리는 두 번째 밤에서는 관람객이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완성된 작품과 함께 어둠과 빛에 따라 달라지는 폐리조트의 모습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빛과 어둠에 따라 작품과 공간이 드러나는 방식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빛의 색과 강도, 방향 등을 달리하고, 이에 따라 빛이 닿는 곳과 어두운 곳을 만든다.
관람객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같은 작품과 공간도 다르게 보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이번 전시의 주요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쇠락한 설악동의 공간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들은 과거 수학여행객 등이 묵으며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던 리조트의 방치됐던 흔적을 그대로 남겨 작품과 빛을 더했다.
바움아트스페이스와 오브오브젝트는 지난해부터 이 공간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작업의 조건으로 삼는 장소 특정적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공간을 직접 바꾸는 대신 ‘밤’이라는 시간과 빛의 조건을 더해 폐리조트가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의 폐리조트에 진행되는 '밤에 나타나는 것, 그것은 나타나는 밤' 전시. [사진 비움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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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살리려 다양한 시도
설악동의 쇠락은 현재도 속초 지역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다. 1970~80년대 속초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자 국민 관광지였던 설악동은 시설 노후화와 관광 트렌드 변화, 동해안 대형 리조트들의 등장 등으로 오랜 기간 불이 꺼진 채 멈춰 서 있다.
이에 속초시는 현재 설악동 활성화를 위해 관광환경 개선과 숙박업소 활성화, 관광 인프라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처럼 기능을 멈춘 공간을 철거하거나 새롭게 꾸미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남긴 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강원영, 김혜경, 성정원, 이승철, 장신정, 정경식, 차철호 작가가 참여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 장소는 속초시 설악산로836번길 15다. 바움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밤을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배경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공간이 드러나는 방식을 바꾸는 조건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