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난과 주민 반발에 부딪힌 미국 빅테크들이 넓은 땅과 재생에너지, 아시아와 가까운 호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호주 역시 전력 부족 우려와 주민 반발이 커지는 등 비슷한 난제에 직면한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 기술행사 ‘드림포스 2026’에서 다리오 아모데이(왼쪽)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공동창업자 겸 CEO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I 기업 앤트로픽은 싱가포르 개발업체 제라DC가 호주 퀸즐랜드주 웨스턴다운스에 짓는 데이터센터 사용 계약을 맺었다. 앤트로픽의 첫 호주 데이터센터 계약으로, 최대 전력 용량은 2.16GW(기가와트), 사업비는 319억 호주달러(약 31조원)다. 호주 약 150만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2027년부터 AI 모델 ‘클로드’ 운영에 활용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도 지난 9일 퍼머스·CDC·넥스트DC·에어트렁크 등 현지 업체 8곳과 손잡고 2027년까지 최대 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호주 전체 데이터센터 컴퓨팅 용량 약 1.6GW보다 크다. 호주 커먼웰스은행(CBA)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1500억 호주달러(약 1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애플·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도 최근 6~8개월 사이 호주 투자에 예상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빅테크가 호주를 찾는 이유는 정치적 안정성과 재생에너지·토지 확보, 아시아 시장과 가까운 입지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물 사용과 전기요금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은 미국 내 사업이 1000억 달러(약 138조원)를 넘는다고 호주 ABC방송이 전했다. 결국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일부 사업이 중단·지연된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아타몬에 위치한 호주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넥스트DC의 데이터센터 시설 외부 모습. AFP=연합뉴스
호주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호주에너지시장운영기관(AEMO)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현재 약 3%에서 2035~2036년 13%, 연간 34TWh(테라와트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력망 연결을 신청한 데이터센터만 9GW 규모이며 약 84%는 아직 신청 단계다. 데이터센터가 신규 재생에너지 시설보다 빨리 가동돼 발전소·송전망 확충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주민 반발도 시작됐다. 넥스트DC가 멜버른 풋스크레이 데이터센터를 10㏊, 최대 225MW 규모의 초대형 AI 공장으로 확장하려 하자 주민과 지역구 노동당 의원 케이티 홀이 반대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태즈메이니아에서도 신규 건설 중단 청원에 1만명 넘게 서명해 주 의회 조사로 이어졌고,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도 시민단체가 확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전력을 직접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7월 대형 데이터센터가 추가 전력을 확보하고 전력망 연결 비용을 부담하도록 국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에너지시장위원회(AEMC)도 지난달 자체 청정 전력 확보와 필요하면 전력 사용량 조절을 정부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