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를 주제로 열린 UCLA 법대 심포지엄을 둘러싼 논란이 학문의 자유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0~11일 UCLA 법대에서 열린 9·11 관련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행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문제를 짚는 자리로, 고문과 구금, 정부 감시 등을 다뤘다.
문제가 된 것은 행사 시기와 일부 연사였다. 심포지엄에는 9·11 테러 주모자로 지목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변호에 참여한 멜라니 파토우 변호사와 무슬림 민권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관계자가 연사로 참여했다. 당시 파토우 변호사는 국방부 산하 군사위원회 변호 기구에서 국선 변호사와 같은 역할로 모하메드의 변호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LA타임스는 특히 이번 심포지움이 9·11 테러 25주년에 맞춰 행사가 열린 데다 프로그램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제노사이드’로 표현하면서 일부 유대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고 18일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훌리오 프렝크 UCLA 총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대학은 해당 행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프렝크 총장은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와 테러리즘을 거부한다”며 “대학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교수진이 반발하고 나섰다. 총장의 성명이 마치 심포지엄이나 행사 관계자들이 테러리즘 또는 반유대주의를 옹호한 것처럼 비칠 수 있고, 대학이 교수들의 학술 활동에 개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UCLA 법대 교수 60명은 프렝크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전국 대학 교수와 학자 250명 이상도 공개 서한에 서명하며 철회 요구에 동참했다. UCLA 학술평의회 지도부도 총장의 성명이 법대 행사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교수진은 특히 테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변호한 변호사를 학술 행사에 초청한 것과 피고인의 범죄 행위를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해당 변호사의 발표 역시 군사재판 절차를 다뤘을 뿐 특정 의뢰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프렝크 총장은 자신의 성명이 심포지엄을 비판하거나 규탄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심포지엄이 학문의 자유에 따라 프로그램과 연사 변경 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며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대학이 행사에서 제시되는 모든 견해를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UCLA 학술평의회는 대학 행정부가 교수들의 학술 활동에 개별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학문의 자유에 미칠 영향을 추가로 검토해 달라고 관련 위원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