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에서는 스릴을 만끽하는 환호성과 평온한 일상을 빼앗긴 주민들의 한숨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지난 16일 공식 개장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새 롤러코스터 ‘패스트 앤 퓨리어스: 할리우드 드리프트’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영화 ‘분노의 질주’가 롤러코스터로 구현돼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는 소식에 어트랙션 입구는 팬들로 북적였다. 대기 시간은 순식간에 120분을 넘어섰다.
16일 공식 개장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할리우드 드리프트'가 야외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롤러코스터에 오르자 강렬한 엔진음과 진동이 전해졌다. 4100피트 길이의 트랙을 따라 최고 시속 72마일로 질주하고, 좌석은 360도로 회전하며 특유의 ‘드리프트’ 감각을 구현했다.
LA의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높은 야외 트랙에서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쾌감과 함께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테마파크 안에서는 비명이 들리면 놀이기구가 곧 지나갈 것임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 비명이 담장을 넘어서는 순간 인근 주민들에게 고통스러운 ‘소음’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근 톨루카 레이크 주택가를 찾았다. 이곳은 ‘밸리의 베벌리힐스’라는 별칭을 가진 부촌이다. 평소 조용했던 마을의 주민들은 롤러코스터 시범 운행 기간부터 계속되는 비명을 참다못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동네의 정적을 깨는 비명이 멀리 언덕 위에서 들려왔다. 그동안 소음이 거의 없었던 한적한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약 1분 간격으로 비명이 들리고 있다.
주민들은 “테마파크가 문을 여는 오전부터 폐장할 때까지 주 7일 내내 이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테마파크 안에서 터져 나오는 즐거운 비명이 조용한 주택가에서는 홀로 두드러지는 외마디 비명으로 바뀐 셈이다.
롤러코스터는 지난 7월 시범 개장에 들어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은 코스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트랙에 완두콩 크기의 자갈을 채우고 900피트가 넘는 방음벽과 하프파이프 형태의 차음막 2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실제 탑승이 시작되자 비명 소리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코스터 주변에 설치한 방음벽. 유니버설 측은 900피트가 넘는 방음벽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유니버설 앤드 유 웹사이트 캡처]
애드린 나자리안 LA시의원은 소음 측정 결과가 관련 기준을 충족했지만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해 추가 방음벽을 9월 초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변화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지는 민원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이 롤러코스터 개장을 강행하자 주민단체 ‘유니버설 시티 네이버스(Universal City Neighbors)’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소음 저감 조치를 촉구했다.
이 동네에서 30년간 거주한 로버트 서니(60)는 창문을 닫아도 집 안에서 비명이 들릴 때가 있다며 손님을 초대하거나 책을 읽는 평범한 일상마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톨루카 레이크 주택가 너머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새 롤러코스터 트랙과 차량이 보인다.
그는 “30년 동안 유니버설을 상대로 소음 민원을 제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방음시설이 추가됐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프레드 아이베리(51)는 반복되는 비명 때문에 재택근무와 수면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두 달 가까이 비명 소리에 시달린 나머지 코스터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에도 비명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겪는다고 말했다.
아이베리는 “이 소리가 사람을 정신적으로 미칠 지경으로 몰아간다”며 “여름 내내 주민들이 거의 매일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톨루카 레이크 주민 주디스 앤젤이 지난 16일 주택가 기자회견에서 멀리 보이는 롤러코스터를 가리키며 탑승객의 비명 소리에 따른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주민 주디스 앤젤(74)은 단순한 소음 수치 이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앤젤은 “인간은 비명 소리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게 돼 있다”며 “이를 고속도로의 웅웅거리는 일반적인 배경 소음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놀이기구의 폐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했던 동네를 돌려달라는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이웃 간 소음 분쟁을 넘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확장의 한계를 드러낸다. 테마파크 바로 옆에 주택가와 골프장 등이 맞닿아 있어 새로운 시설을 추가할 때마다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롤러코스터를 이러한 입지적 제약을 극복하고 테마파크를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인근 주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웹사이트 ‘유니버설 앤드 유(Universal & You)’를 운영해 왔다. 회사 측은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주민들과 열린 소통을 이어가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의 실제 대응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고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기록하겠다는 정형화된 이메일 답변만 돌아왔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개별 민원을 넘어 지역 차원의 대응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레이터 톨루카 레이크 주민의회(GTLNC)와 스튜디오시티 주민의회(SCNC)는 각각 소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LA카운티에 제출한 바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은 오는 30일 주민들과 직접 만나 추가 소음 저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