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겐 알츠하이머병(치매)는 암보다 더 두렵다. 기억력이 나빠지다가 어느 순간 혼자 생활하는 게 어려워져, 다른 사람의 간병·돌봄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적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망가지는 뇌 부위는 후각 영역이다.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한다기보다는 어떤 냄새인지 구별하는 능력이 서서히 약해진다”고 설명한다.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냄새 신호를 받아들여 해석하는 뇌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쌓인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뇌의 후각 영역에 독성 단백질 축적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후각은 퇴화해도 일상에 큰 지장이 없어 빨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뇌가 늙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무자각 상태로 지내면 중증 치매로 악화하기 쉽다.
악력이 약해지면 손으로 하는 복합적 뇌 활동이 어려워진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촉감과 세밀한 움직임은 감각 ·운동 ·기억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한다. 사진 중앙포토DB
최근엔 치매를 빨리 발견하는 생활 지표로 주먹을 쥐는 힘, 악력에 주목한다. 2026년 1월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악력이 약한 노인은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단계인 아밀로이드 PET 양성으로 진단받은 비율이 47.1%로 정상 노인군(18.9%)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악력이 약할수록 무증상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변화를 더 많이 보인 것이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예전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는데 악력도 약해져 ‘이 행동’이 어렵다면 뇌 건강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치매로 망가지는 건 뇌인데 왜 악력이 약해질까. 뇌를 공격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였어도 간병·돌봄 없이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을 쓰는 것으로 인지·기억력 손상을 줄여주는 취미는 무엇일까.
악력이 세면 치매가 덜 생긴다고 듣고 손으로 고무공을 쥐었다 펴면서 악력을 키웠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왜 그럴까. 또 초기 치매라서 맞을 수 있었던 고가의 치매 표적 치료제(레켐비)는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도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