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올해 건국 25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의 미국이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건 수정헌법 1조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 언론, 출판, 집회, 청원의 자유 보장을 명시한 이 조항은 언론이 정부의 통제와 검열 없이 비리와 부패를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는 법적 방어벽으로 작용해왔다.
언론이 끊임없이 정치권력의 오류를 지적하고, 평화적이고 제도적인 방식으로 이를 바로잡는 '자정 메커니즘'을 헌법이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집권 2기 출범 20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CNN과 MS NOW, 폴리티코 등 3개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면서 수정헌법 1조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 부정적 보도를 해온 언론과 마찰을 빚은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좌파 진영 매체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해왔고, 맘에 들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돼지"라고 부르거나 "멍청하다"라며 원색적으로 조롱한 적도 많았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방송이나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거액의 소송을 내거나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해당 방송사의 면허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트럼프 집권 1기를 경험한 미국 언론들은 그간 이런 조처들을 그러려니 여긴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언론을 적(敵)으로 취급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가 설명한 출입금지 이유가 심각한 오보나 악의적인 특정 기사를 문제 삼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집권 2기 초기 대통령 집무실과 전용기에서 AP 통신의 취재를 금지할 때만 해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표기하라는 대통령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뚜렷한 이유를 댔지만, 이번엔 그저 "지난 2년간 누적된 보도들 때문"이라고 했다.
행정부의 최상위 권력 기관인 백악관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의 눈과 귀를 아예 가리겠다는 노골적 선언인 셈이다.
여기에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또 다른 주요 매체의 백악관 퇴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출입금지 대상이 된 언론사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 언론 관련 단체들은 법정 다툼을 벌일 태세다.
이들은 법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정헌법 1조가 언론의 정부 권력 감시에 대한 강력한 보호막이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다.
그럼에도 연방 대법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짧지 않은 법정 공방 기간 피해는 불가피하다. 당장 19일부터 CNN과 MS NOW, 폴리티코 기자들은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했다.
가뜩이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성 매체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언론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 비판성 보도를 자제하는 '자기 검열'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지위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패소할 것을 알면서도 이 점을 노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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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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