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세종교육감,오른쪽)이 한 중학교를 현장 방문, 교사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
세종교육청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이 예산 투입이 과도하고 학생 간 차별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교육청은 지난 14~17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사업 추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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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원 투입 사업 추진…비용 증가 우려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내년부터 관내 중학교 3학년 5400여 명 전원을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로 내보내는 사업으로 지난 7월 취임한 강미애 세종교육감의 1호 공약이다. 필요한 재원은 교육청이 부담하는 200억원 외에 학생 1인당 120만~150만원씩 60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중동 사태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장거리인 미국이나 유럽으로 체험을 떠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가 사업 추진을 위한 명문 쌓기라며 사업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려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어떤 교육적 목적과 방향을 가진 사업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설문은 사업 추진을 전제로 세부 운영방식을 선택하는 문항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세종지부 회원들이 강미애 세종교육감이 추진하는 글로벌 진로탐업대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전교조 세종지부]
실제로 학부모 대상 설문은 사업 찬반을 묻는 첫 번째 질문 이후 자부담 비율과 금액, 체험권역, 시기와 기간, 선호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구성돼 있다. 학생 대상 설문도 사업의 필요성을 묻는 문항 대신 참가 의향과 방문하고 싶은 장소, 선호하는 활동 등이 담겼다. 전교조는 특히 학생 설문에서 여권 보유 여부와 해외여행 경험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질문, 가정환경과 경제적 여건으로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위축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세종지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결정한 뒤 세부 운영방식을 정하기 위해 뒤늦게 의견을 묻는 것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세종교육청 스스로가 사업의 목적과 방향, 구체적 교육 내용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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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단체 “중학생 때부터 좌절감 경험” 지적
학부모 단체와 전교조는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세종교육청은 설문에서 자부담 비율이 높으면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권역에서 5박 7일, 자부담 비율이 낮으면 아시아권 등에서 3박 4일 또는 4박 5일간 체험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결국 가정에서 얼마나 부담하는지에 따라 학생이 갈 수 있는 국가와 체험 기간이 달라지는 셈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별도 지원하겠다는 게 세종교육청의 방침이다.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의 경우에도 여전히 학부모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무상교육의 취지와 반대로 가는 이런 정책은 학생의 교육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화감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150만원을 낼 수 없어 기회를 포기하는 학생은 중학생부터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강미애 세종교육감이 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육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
세종교육청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 수정·보완’ 통보를 받았다. 지난 4일 사회보장위원회 산하 제도조정전문위원회는 해당 사업을 심의하면서 비용 분담과 안전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은 복지 성격의 사업으로 분류됐으며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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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비용 분담, 안전 문제” 보완 통보
전교조는 세종교육청이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재정교부금 조정에 따라 예산이 얼마나 축소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학교급식비 분담과 관련, 세종시와 교육청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약사업을 추진하는 건 책임 있는 교육재정 운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세종교육청 이석 중등교육과장은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관광이 아니라 사전 교육부터 사후 활동까지 이어지며 어떤 가정의 아이도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학부모 간담회와 설문을 통해 제기된 의견을 사업계획에 반영한 뒤 자세한 내용을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