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헬기에서 하차한 뒤, 골프 선수 브라이슨 디섐보와 미카일라 드메이터가 손을 잡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 마린 원이 워싱턴 백악관 인근 엘립스에 내려앉았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는 길이었다. 헬기 문이 열리자 사우디 후원 LIV 골프의 간판스타이자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브라이슨 디섐보가 내렸다. 그는 미모의 여성과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아이스하키 선수'로 불렸던 미카일라 드메이터다.
200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채텀에서 태어난 드메이터는 골리(골키퍼)였다. 캐나다 프로빈셜 위민스 하키 리그의 블루워터 호크스에서 뛰며 2018-19시즌 20경기에 나가 평균 실점률 2.25, 세이브 성공률 .909, 셧아웃 3회를 기록했다. 팀 성적은 5승 11패였다. 팀이 약했던 만큼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팬들의 시선은 기록보다 외모로 쏠렸다. 투박한 골리 장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얼굴과 탄탄한 체격 덕에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키 인생은 짧았다. 2019년 6월 무릎을 크게 다쳤고, 열아홉 살에 은퇴했다. 그는 "하키여, 이제 작별할 시간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다.
미카일라 드메이터 인스타그램.
모델과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뒤 수영복·패션 화보와 과감한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00만 명을 넘는다. 틱톡 팔로어도 270만 명에 가깝다. 유료 구독 플랫폼도 운영한다. 골리 장비를 걸친 화보와 골리 시절을 회상하는 게시물은 지금도 반응이 뜨겁다.
골리 출신답게 NHL 이야기도 즐겨 한다. 올해 스탠리컵 파이널에서는 "올해는 캐롤라이나 쪽으로 기운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골든나이츠가 2021년 마르크 앙드레 플뢰리를 내보낸 데 불만이 있어서였다. 어린 시절 토론토 메이플리프스 팬이었다는 것도 하키 팬다운 대목이다.
디섐보와의 인연은 지난 8월 알려졌다. LIV 골프 뉴욕 대회에서 드메이터가 디섐보가 캡틴인 크러셔스 GC 모자를 쓰고 나타나면서다. 이어 인디애나폴리스 대회에서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코스를 걸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 연예 매체 US 위클리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둘 다 사생활을 중시하지만 매우 행복해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헬기에서 내린 커플의 모습은 스포츠와 셀럽, 정치가 만나는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새벽에 리야드로 탄도미사일을 쏘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을 앞당긴 시점과 겹쳤다. 사우디의 돈으로 굴러온 LIV의 간판 스타 디섐보가 미국 대통령의 헬기에서 내리던 날의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 헬기 '마린 원(Marine One)'에 브라이슨 디섐보와 그의 연인인 미카일라 드메이터, 트럼프 대통령 등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디섐보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LIV 골프는 이달 8일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파산보호)을 신청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지난 4월 지원을 끊은 지 다섯 달 만이다. 디섐보는 존 람, 더스틴 존슨, 캐머런 스미스와 함께 담보 없는 채권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LIV 계약은 올해 말 끝나는데 아직 재계약은 하지 않았다.
PGA 투어 복귀도 쉽지 않다. 브라이언 롤랩 커미셔너는 15일 "복귀 회원 프로그램을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디섐보는 LIV 싱가포르와 남아공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마스터스·PGA 챔피언십·US 오픈에서는 모두 컷 탈락했다. 그래도 2024년 US 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출전권과 DP 월드투어 2027년 출전권이 있다. 구독자 약 270만 명의 유튜브 채널도 든든한 기반이다.
드메이터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어를 합쳐 57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다. 두 사람이 유튜브와 SNS를 무기로 한 '파워 커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LIV가 회생에 성공할지가 변수다. 어느 쪽에서 활동하든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